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역대급 초과세수를 어디에 투입할지를 놓고 정부 부처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미래 세대를 위한 국부펀드 재원으로 초과세수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하자 기획예산처도 별도의 기금을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초과세수를 담기 위한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초과세수를 단기 지출로 소진하기보다 미래 세대를 위해 저축하겠다는 취지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부펀드에 초과세수 상당액을 투입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지 열흘 만에 예산처가 또 다른 사용처를 제시했다.
재경부가 설립을 준비 중인 국부펀드는 국내 첨단 산업 내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기업 성장을 돕고 그 과실을 미래 세대가 누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당초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 지분과 상속세 물납 주식을 재원으로 20조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었는데, 재경부는 여기에 초과세수 일부를 추가해 30조원 가까이로 불린다는 구상이다. 예산처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은 호황기에 여유 재원을 적립해 침체기에 활용하는 ‘재정안정기금’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안팎에선 예산처가 초과세수 활용의 주도권을 재경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미래대응기금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초기 구상만 있을 뿐 재원 조달과 사용처 등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재경부는 초과세수 중 10조원가량을 국부펀드 몫으로 반영하길 원했지만 예산처에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새 국부펀드가 영향력을 갖추기엔 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와 금융위원회 간에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국민성장펀드를 소관하는 금융위는 최근 재경부에 “국부펀드 성격이 국민성장펀드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부펀드가 국내 유망 기업에 투자하면 국민성장펀드와 기능이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재경부의 부처 조율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남정민/김익환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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