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장 마감 직전 시장가로 주문한 레버리지 ETF 가격이 50% 가까이 급등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상품이 출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동시에 구조적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장 마감 직전 50% 이상 급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8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전 거래일 대비 49.7% 오른 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SK하이닉스 주가는 7.68% 하락했다.
해당 ETF는 SK하이닉스 주가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이 약 8% 하락했다면 ETF 가격은 15~16% 정도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실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같은 유형의 상품은 모두 15% 안팎 하락 마감했다. 반면 ACE 상품만 장 마감 직전 급등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가격 왜곡은 동시호가 시간에 발생했다. 장중 내내 하락세를 보이던 ETF는 오후 3시20분 이후 약 4만7000주가 거래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거래 규모는 약 14억원 수준이었다. 결국 종가는 3만원까지 치솟았고 괴리율은 장중 한때 85%를 넘어섰다.
처음에는 개인투자자의 착오 주문이나 투기성 매매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날 주식 토론방에서는 해당 종목 201주를 3만원에 매도한 개인투자자가 “요즘 주식이 정말 안 풀려서 너무 힘들었는데 운이 좋았다”며 인증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문제의 거래 대부분은 신한자산운용이 운용하는 ‘SOL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 직전 자산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선물 증거금 부담이 커졌고 운용사들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타사 레버리지 ETF를 활용해 포지션을 조정해왔다. 당시 신한운용이 주문을 낸 물량은 약 10만 주, 이 중 약 50% 급등한 가격에 체결된 물량은 약 4만 주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운용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을 반영해 이 ETF 역시 15~16%가량 하락한 수준에서 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가 주문을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주문 규모 자체가 아니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신한운용이 낸 주문은 ETF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규모”라며 “평상시였다면 아무 문제 없이 체결됐을 거래”라고 설명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거래 환경에 있었다. 당시 SK하이닉스 주가 급변으로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됐고 종가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랜덤엔드(Random End) 제도까지 적용되면서 동시호가 종료 시점이 연장됐다. 그러나 LP들은 통상적인 장 종료 시각인 오후 3시30분을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호가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LP는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NAV)와 크게 괴리되지 않도록 매수·매도 호가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당시에는 거래가 연장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호가 공백이 생겼다. 결국 매도 물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장가 매수 주문만 남게 됐고 주문은 호가창 상단으로 연속 체결됐다. 그 결과 SK하이닉스가 8% 가까이 하락한 날 해당 레버리지 ETF는 오히려 50% 폭등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2020년 원유 레버리지 ETN 괴리율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일부 원유 ETN은 실제 가치 대비 10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유동성이 사라진 시장에서는 ETF 역시 기초자산 가치와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증권사와 운용사가 체결 과정의 문제를 인정하면서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증권사는 장 종료 후 정정매매를 통해 거래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수정했고 신한자산운용도 해당 거래를 비정상적인 종가가 아닌 순자산가치(NAV)를 기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SOL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은 사실상 피해를 보지 않게 됐다. 주요 거래 당사자들이 적정 가격 기준으로 거래를 수정하기로 하면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사고 직후 시장에서는 3만원 종가 기준으로 매수한 일부 투자자들은 다음 거래일 개장과 동시에 40% 넘는 손실을 입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가진 구조적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일반 ETF보다 리밸런싱 수요가 많고 변동성이 크다. 특히 장 마감 직전에는 운용사들의 매매가 집중되기 때문에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질 경우 가격 왜곡이 확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ETF에 투자할 때 동시호가 시간대를 피하고 시장가 주문 대신 지정가 주문을 내라고 조언한다. 시장가 주문은 가격을 정하지 않고 체결 가능한 가격에 무조건 거래하는 방식이다. 평상시에는 편리하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수하거나 낮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다. 특히 ETF는 LP가 존재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사례처럼 VI 발동이나 거래 연장 등 특수 상황에서는 LP의 호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문제의 ETF도 대부분 투자자들이 “15% 안팎 하락한 가격에 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한 ETF 업계 관계자는 “장 마감 직전이나 VI 발동 구간에서는 ETF라고 해서 항상 적정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아니다”며 “시장가 주문보다는 원하는 가격을 지정하는 지정가 주문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관련 ETF와 LP를 대상으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거래소는 관련 상품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으며 LP들의 유동성 공급 의무 이행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 연장 상황에서도 LP가 안정적으로 호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정정매매를 통해 투자자 피해 없이 마무리됐지만 자칫하면 수십억원대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라며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에게는 상품 구조뿐 아니라 유동성과 주문 방식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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