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잡는 드론의 시대[테크트렌드]

입력 2026-06-13 12:16  

우크라이나가 병력, 화력의 열세를 보충하기 위해 사용한 소형 자폭 드론이 전략적 가치를 입증하면서 군사용 드론 시대가 시작되었다. 저가의 소형 드론이 전차, 장갑차, 레이더 장비, 전함 등 고가의 무기 체계를 무력화하면서 전술적 가치를 입증했다. 최근 중동에서는 이란이 적극적으로 자폭 드론을 사용하면서 저비용, 고성과라는 전비 측면의 전략적 가치도 확인되었다. 제한된 예산으로 드론 물량전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스팅과 유사한 요격 드론 체계의 개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다양한 드론 대응 체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소형 자폭 드론의 전술적 가치가 확인되는 계기였다. 2023년 화력 열세에 시달리던 우크라이나 군이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소형 FPV(First-Person View) 드론은 대당 300~400달러의 저비용으로 수백만 달러짜리 전차, 장갑차에서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공 레이더 및 미사일 체계까지 파괴하는 위력을 과시하며 전장의 비용 균형을 뒤집었다.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 MAGURA V5는 러시아 전함을 파괴하는가 하면 러시아 본토의 정유공장 공격 등 각종 후방 인프라까지 위협하고 있다. 검증된 전과 덕분에 빨라진 자폭 드론의 확산은 카운터 드론으로도 불리는 드론 대응 체계의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카운터 드론 체계는 드론에 대응하는 단계나 드론 제거 방식에 따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탐지·식별 체계는 레이더, RF 스캐너, 광학·적외선(EO/IR) 센서, 음향 센서 등을 활용해서 드론을 포착하고 위협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공 레이더는 전투기나 미사일 탐지에 최적화되어 있어 레이더파 반사 면적이 훨씬 작은 초소형·저고도 드론을 안정적으로 잡아내기 어렵고 자율 비행 드론에는 RF 탐지 등 일부 탐지 기술이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둘째, 전자전·소프트킬 체계는 드론을 직접 파괴하지 않고 원격 조종하는 통신 신호나 위성항법(GNSS) 신호, GPS 신호 등을 교란해서 드론을 무력화한다. 비용이 적고 파편 피해가 없어 사람이 많은 도심이나 기지 방어에서 적합하지만 사전 설정 경로로 비행하는 자율 드론에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아군 통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닌다.

셋째, 물리적 요격·하드킬 체계는 지대공 미사일, 방공포, 고출력 레이저·마이크로파, 그물 포획 드론 등으로 직접 드론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드론을 확실하게 제거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가 드론 제거를 위해 수십, 수백 배 더 비싼 고가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데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과 파편 낙하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 발생이라는 중요한 숙제를 안고 있다.

넷째, 자폭·요격 드론 체계는 장시간 체공하다가 목표물과 충돌하는 자폭 드론(Loitering Munition)과 공중에서 추격·요격하는 드론으로 나뉜다. 낮은 단가와 높은 기동성이란 장점과 함께 상용 부품 기반 제작으로 확산을 통제하기 어렵고 요격 드론이 전자전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다섯째, 통합 드론 대응 체계는 드론 탐지에서 우선 순위 식별, 교란, 요격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통일된 시스템으로 구성한 방식이다. 군별, 국가별로 상이한 레이더·통신·지휘 체계를 묶는 과정에서 표준화와 사이버 보안 문제가 얽혀 있어 완전한 통합 운용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성능이 검증된 저비용 체계인 요격 드론이 부상
다양한 드론 대응 체계 중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요격 드론이다. 중동에서 전쟁을 치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막대한 전비 부담과 요격 미사일 재고 부족이라는 심각한 이슈와 마주하는 상황을 목격한 세계 각국에서 저비용 고성과 드론 대응 체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요격 드론 분야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무기 체계는 우크라이나가 만든 요격 드론 스팅(Sting)이다. 이미 실전에서 사용되고 있는 스팅은 우크라이나군이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러시아의 자폭 드론 공세와 그에 따른 요격 미사일 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저가 드론이다.

다수의 민간·방산 업체 컨소시엄이 개발, 생산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스팅은 작은 미사일에 프로펠러가 달린 모양에 어른 팔뚝 크기 정도의 경량 드론이다. 스팅은 최대 시속 300km 이상으로 비행해 시속 180~185km 수준인 이란제 샤헤드(Shahed) 등을 요격할 수 있다. AI 기반 자동 유도 시스템을 탑재해서 표적 탐지부터 추적, 충돌까지 자동화되어 있고 요격에 실패하면 자동으로 복귀시켜 재사용할 수도 있다.

스팅의 대표적인 장점은 뛰어난 가성비라 볼 수 있다. 대당 단가가 약 2000달러(약 300만원)로 추정되어 대당 3만5000달러 수준인 샤헤드의 1/18 정도에 불과하다. 방산 시장의 대표적인 요격 미사일인 미국제 패트리엇 한 발 가격으로 약 1500~2000대를 살 수 있을 정도이다.

또 비전문가도 약 2일간 교육받으면 조종할 수 있어 대량 동원 체제에 적합하다는 장점도 있다. GPS 재밍과 같은 통신 교란이 심한 전장에서 AI 자동 추적으로 인간 조종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점도 스팅의 실전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스팅은 기존 방공 시스템과 연계해 운용된다. 방공 레이더가 적 드론을 포착하면 표적의 예상 경로 인근에 매복한 타격 부대에 정보가 전달되고 부대는 스팅, 전자전, 산탄총·기관총 등 재래식 화기의 순으로 방어망을 운용해서 적대적 드론을 제거한다. 스팅은 첫 교전 단계에서 샤헤드 등 공격용 드론을 가능한 한 많이 떨어뜨리는 저비용 고효율 무기로 사용된다.

스팅의 우수성은 실전 성과로 입증되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약 4개월 동안 스팅으로 1000개가 넘는 표적을 파괴했고 샤헤드 계열에 대한 요격 성공률이 최대 9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패트리엇 등 방공 미사일의 재고가 고갈되고 서방의 공급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스팅을 비롯한 저가 요격 드론으로 방공망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검증된 요격 드론의 개념을 확장해서 통합 드론 대응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방산업체 프로젝트 이글이 개발하고 있는 요격 드론인 메롭스(Merops)는 시속 290km 이상으로 비행하며 최대 약 4.8km 고도까지 상승해 적 드론을 격추하도록 만들어졌다. 대당 가격은 약 1만달러대인 것으로 알려진다. 스팅보다는 5배 정도 비싼 셈이지만 패트리엇 한 발로 400대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메롭스는 기존 방공망과 연동되는 하드킬 무기로 사용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실전 검증을 거친 뒤 이란 등의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경 중동에 배치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요격 드론 개발은 스팅과 같은 단일 요격 드론 개발에 집중한 우크라이나와 달리 AI 기반의 표적 우선 순위 결정과 기존 방공망, 전함 등과 연동한 네트워크 중심 통합 방어체계 개발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샤헤드와 같은 저가 자폭 드론이 고가 첨단 무기를 위협하는 상황을 각종 전장에서 목격한 미군이 메롭스를 포함한 각종 드론 대응 체계를 복합적으로 배치해서 군 기지와 인프라를 드론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다층 방공 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민간 드론 기술을 군용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이 체계는 자체 탐지 레이더와 요격 드론, 적외선 탐색기로 구성된다. 탐지 레이더가 중형 자폭 드론을 중거리에서 추적하다가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요격 드론을 발사하고, 요격 드론에 탑재된 IR 탐색기가 표적을 포착한 뒤 스팅처럼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방식이다.

세 나라의 요격 드론 체계는 저가 하드킬 요격 드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위상은 다르다. 우크라이나의 스팅은 장기간의 전쟁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공 수단이므로 극단적인 저가, 재사용성을 내세운다. 또 이미 대규모 전과를 입증해서 방산 시장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스팅과 같은 요격 드론 기술을 검증하는 동시에 함정 방어, AI 기반 군집 드론 대응 등 보다 범용성 있는 통합 드론 대응 체계 수준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한국은 실전 검증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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