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공연계는 '발레 대축제'…고전부터 컨템퍼러리까지 달군다

입력 2026-06-15 13:48  

올 여름 국내 공연계에서 발레는 가장 뜨거운 장르다. 창작발레와 갈라, 컨템퍼러리 발레, 고전 대작까지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드는 화제작이 7~8월 내내 이어진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영국 로열발레단 등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무용수들도 대거 귀국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스타들의 내한이 특별한 이벤트였다면, 이제는 세계 무대 중심에 선 한국 무용수들이 국내 관객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시간은 하절기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다.

특히 올해 여름 시즌은 클래식 발레의 정수와 동시대 컨템퍼러리 발레의 흐름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세계 최정상 무용수들이 참여하는 갈라 공연부터 한국 발레계가 주목하는 젊은 스타들의 신작, 그리고 거장 안무가들의 현대 발레 레퍼토리까지 그야말로 '발레 대축제'라 부를 만하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나는 작품은 7월 11~12일 화성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창작발레 '인어공주'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은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 무용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마린스키 발레단의 전민철이 왕자 역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헝가리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발레리나 이수빈과 호흡을 맞춘다. 또 다른 캐스트로는 헬싱키 국제 발레 콩쿠르와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영재로 주목받은 김민진, 성재승이 합류해 젊은 스타 무용수들의 신선한 에너지와 개성을 동시에 보여줄 예정이다.



'인어공주'가 창작발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라면 7월 25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발레 스타즈'는 세계 발레계의 현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갈라 공연이다. 김용걸 예술감독이 이끄는 이 무대에는 보스턴발레단 채지영, 영국 로열발레단 박한나를 비롯해 세계 유수 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무용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하루만에 여러 나라와 여러 발레단의 스타일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어 발레 애호가들에게는 일종의 '월드 쇼케이스' 같은 공연이다.

이어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박세은이 직접 기획하는 '우리 시대 에투알 2026'이 열린다.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이 공연은 이제 국내를 대표하는 국제 발레 갈라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출연진의 면면이 압도적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들을 중심으로 뉴욕시티발레단, 밀라노 라 스칼라발레단 등 세계 최정상 무대의 스타들이 서울에 집결한다. 박세은이 직접 기획과 캐스팅을 주도하며 세계 발레계의 최신 흐름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공연은 A·B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A 프로그램이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백조의 호수' 등 클래식 발레의 정수를 보여준다면, B 프로그램은 윌리엄 포사이스, 조지 발란신 등 거장들의 모던 발레 레퍼토리와 함께 이번 시즌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컨템퍼러리 신작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관객들은 동일한 라인업 속에서도 프로그램에 따라 클래식의 우아함과 현대 발레의 파격이라는 전혀 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올여름 시즌의 또 다른 핵심은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2주년 기념 공연 '죽음과 소녀'다.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단순한 레퍼토리 공연을 넘어 올해 국내 컨템퍼러리 발레계 최대 화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재 유럽 발레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안무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크리스티안 슈푹과, 현대 무용계의 스타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의 대표작을 한 무대에서 선보이는 더블빌(Double Bill) 형식이다.

슈푹의 '일곱 번째 파랑(Das siebte Blau)'은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시적인 움직임과 섬세한 음악성으로 풀어내며, '몸으로 시를 쓰는 안무가'라는 슈푹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작이다. 반면 에크만의 '선인장(Cacti)'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현대 예술과 비평 문화를 재치 있게 풍자하는 작품으로, 폭발적인 군무와 유머러스한 무대 연출이 특징이다. 오늘날 세계 유수 발레단들이 경쟁적으로 공연하는 현대 발레의 대표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두 작품 모두 슈베르트의 명곡 '죽음과 소녀'를 음악적 모티프로 삼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같은 음악이 서로 다른 두 안무가의 손을 거치며 얼마나 상반된 무대로 탄생하는지를 비교 감상할 수 있다.



여름 시즌의 대미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가 장식한다. 서울 예술의전당과 공동기획으로 올리는 공연으로 지난해 지크프리드 왕자 역을 맡았던 다닐 심킨에 이어, 올해에도 깜짝 게스트 무용수 기용이 예상된다.

한국 관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고전 발레 레퍼토리로 유니버설발레단의 버전은 마린스키 발레단의 버전을 이어온 정통 프로덕션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구성된 흑조 오딜의 매혹적인 32회전 푸에테와 밤의 호숫가에서 펼쳐지는 비극적이면서도 웅장한 엔딩은 매 시즌 관객들을 압도해왔다.

이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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