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막을 올렸지만 개최 도시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이번 대회는 '그들만의 축제'에 가깝다. 시내 스포츠바와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팬 페스트 행사장에는 응원 인파가 몰리고 있지만 정작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 입장권을 손에 쥔 현지 주민은 극소수다.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24년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과달라하라 주민의 1인당 세후 평균 소득은 연 4540달러, 약 686만원 수준이다. 과달라하라는 이번 월드컵 16개 개최 도시 가운데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하지만 월드컵 입장권 가격은 정반대다. 티켓 가격 추적 사이트 티켓데이터에 따르면 과달라하라 경기의 리셀 티켓 평균 최저가는 1903달러, 약 287만원에 달한다. 16개 개최 도시 가운데 멕시코시티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1인당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샌프란시스코의 1인당 평균 소득은 7만3684달러, 약 1억1000만원 수준이지만 이곳의 평균 최저 티켓 가격은 501달러, 약 75만원에 그친다.
과달라하라 시민의 소득은 샌프란시스코의 16분의 1 수준인데,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한 최소 비용은 오히려 4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축구 열기가 뜨거운 멕시코 특유의 분위기가 입장권 가격을 밀어 올렸고 개최 도시 주민들이 축제 밖으로 밀려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멕시코 리그 명문 CD 과달라하라 15세 이하 유스 출신인 구스타보 로메로 씨는 "공식 티켓이 처음 열렸을 때도 최소 7000페소, 약 61만원이었고 지금은 한국전이 5만페소, 약 440만원까지 올랐다"며 "내 벌이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다음 생에나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첫 월드컵 경기인 지난 11일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이런 현실은 드러났다. 그라운드에서 먼 좌석은 관중으로 빽빽했지만, 가격이 비싼 1층 중앙 좌석과 VIP석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국제축구연맹은 약 4만6000석 규모의 경기장에 4만498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빈 좌석이 적지 않아 '관중 수 부풀리기' 논란이 일었다.
시내 팬 페스트 현장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축구 팬들은 대표팀과 월드컵 이야기에 열광했지만, 직접 경기장에 간다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경기장 안이 아니라 대형 스크린 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셈이다.
반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적이었다. 전 세계 프리미엄 식재료를 취급하는 고급 슈퍼마켓 체인 시티 마켓에서 만난 26세 구스타보 씨는 "멕시코시티에 가서 개막전을 봤고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4경기 티켓도 모두 구했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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