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티칸을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교황청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에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교황청 주최로 내년 8월 열리는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레오 교황의 방한을 공식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교황의 방북 가능성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이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관심과 지지의 뜻을 재차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시국 교황청에서 레오 교황과 배석자 없이 약 30분간 면담했다. 이 대통령은 면담에서 남북한 간 대결 구도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 노력을 소개하며 지지를 당부했다. 교황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달라는 기대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레오 교황에게 ‘하느님의 품’ 조각상(사진)과 백자 다용도 합(盒)을 선물했다.레오 교황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한국 정부를 지지하고 격려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레오 교황과 내년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아시아 국가로는 두 번째 대회로, 가톨릭이 다수 종교가 아닌 국가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세계청년대회 개최를 계기로 교황의 남북한 동시 방문 성사를 기대하기도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8년과 2021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방북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이날 면담에서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간 대화 재개와 화해 차원에서 (방북 가능성에 대한) 거론이 있었다”고 했다. 교황과의 면담에 이어 이뤄진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의 면담에서도 교황의 방북 문제가 언급됐다고 한다.
그러나 내년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고위 관계자는 “교황이 북한을 가는 것은 복잡한 문제”라며 “(방북 가능성을) 거론해볼 수는 있지만 북한이 초청해야 성사된다”고 했다.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고착화하려는 북한의 대남(對南) 정책을 고려할 때 교황의 방북이 이뤄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도 전날 바티칸 현지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교황의 북한 방문은) 북한에 달려 있다”며 “북한에서 초청하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교황의 방한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이탈리아 로마의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 특별 연설에서도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선제적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반도 평화를 세계평화의 선순환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이 대통령은 이날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독한 6·15 남북 공동선언 26주년 기념사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 통일을 이뤄가자는 소중한 약속이었다”며 “비록 그 약속이 온전히 이행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교황청 방문과 동포 만찬 간담회를 끝으로 이탈리아 국빈 방문·바티칸 공식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 에비앙으로 이동한다.
바티칸=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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