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와의 전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군사 예산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추가 침략 가능성을 경계하는 서방과 정반대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3일 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군사아카데미와 보안·사법기관 산하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현재 국제 정세는 안정과 거리가 멀다"며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정권 지원을 넘어 러시아와의 전쟁 준비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단계로 이동했고, 군사 예산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의 군사 위협이라는 허위 주장을 앞세워 자국 진영의 군사화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이 먼저 러시아에 위협을 가해 러시아가 방어 조치를 취하도록 만든 뒤, 이를 근거로 러시아를 각종 범죄의 책임자로 몰아 공격적 정책을 이어간다는 논리다.
그는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의 소련 기습 침공 사례도 언급했다. 당시 히틀러의 독일도 소련을 침략자로 몰아세웠다며, 현재 서방의 태도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아직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 지역을 직접 공격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며 "그렇게 할 경우 러시아의 보복 타격이 뒤따를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서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의 콘스탄티노프카 지역을 거의 장악하는 등 계속 전진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자국 군인들을 치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여전히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고 있다.
이번 발언은 유럽 안보 불안의 원인을 러시아의 공세적 확장 정책에서 찾는 서방의 시각과 큰 차이를 보인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폴란드와 발트3국 등 나토 동맹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나토 동부 전선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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