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시간 단위의 단발성 업무(초단기 알바)를 연결하는 이른바 '스폿워크(spot work)'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4일 발표한 ‘국제노동브리프: 스폿워크 확산과 직전 취소를 둘러싼 쟁점’에 따르면 스폿워크는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의 음식점과 편의점,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18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 최대 스폿워크 플랫폼인 ‘타이미’의 등록 근로자는 6년이 채 안 된 올해 1월 기준 1340만 명을 넘어섰다. 육아 중인 여성과 고령자, 직장인 부업 수요 등이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스폿워크 구직자는 이력서 제출, 면접 같은 별도의 절차 없이 일자리에 즉시 지원할 수 있고 근무가 끝나면 당일 즉시 임금이 지급된다. 인건비 부담을 덜고 싶거나 인력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싶어 하는 사업주를 중심으로 스폿워크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문제는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플랫폼 사업주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구인 기업이 일자리와 지원자 '매칭'을 확정한 뒤 업무 시작 직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이른바 '직전 취소'가 늘고 있다.
근로자는 이미 다른 일자리를 포기하거나 이동 시간과 교통비를 부담한 상태에서 취소 통보를 받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다. 특히 근로자가 근무를 취소하면 앱 이용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는 데 비해 기업의 취소 이력은 공개되지 않아 정보 비대칭 논란도 제기된다.
실제 올해 4월 타이미를 통해 일자리를 구했다가 직전 취소를 경험한 근로자 9명은 플랫폼 운영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21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35건의 직전 취소를 당했으며 미지급 임금 약 102만엔, 위자료를 포함해 총 312만엔을 청구했다. 이들은 이번 소송이 구인 기업이 아니라 매칭 구조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정면으로 다투는 첫 집단소송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범위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은 플랫폼이 단순 중개자가 아니라 임금 선지급과 취업 관리, 취소 규정 운영 등을 담당하는 만큼 직전 취소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타이미가 임금을 '선지급'하는 구조이므로, 구인 기업의 임금 지급 채무를 '인수'한 것이고 이에 따라 근로자가 플랫폼(타이미)에도 '직접'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앱으로 체결하는 노동계약이 언제 성립하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플랫폼 사업주들은 근로자가 당일 작업 현장에 도착해 출근 확인 QR코드를 스캔해야 근로계약이 성립한다는 운영 방침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7월 관련 지침을 통해 근로자가 앱에서 구인 공고에 응모해 매칭이 완료된 시점에 근로계약이 성립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 경우 직전 취소는 이미 체결된 계약의 '일방적 해지'에 해당해 사용자의 휴업수당 지급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부 판단도 나오기 시작했다. 도쿄간사이재판소는 2025년 12월 스폿워크를 통해 음식점 업무에 지원했다가 직전 취소당한 대학생에게 음식점 운영사가 임금 6800엔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직전 취소에 대한 첫 임금 지급 판결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스폿워크는 일본의 구조적 인력 부족을 배경으로 확산되었지만, ‘직전 취소’ 문제를 통해 초 단기 고용의 불안정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초단기 매칭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사례는 관련 제도 정비를 검토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