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서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앞서 비상계엄 사과 논란과 한동훈 전 대표 제명 파동, 6·3 지방선거 패배 등 고비마다 공교롭게도 단식 투쟁과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당내 논쟁의 초점도 이동했다는 것이다.
장 대표를 둘러싼 사퇴론은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1주기를 전후해 불거졌다.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그러나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계엄 책임을 당시 야당에 돌렸다. 이후 올해 1월 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고 사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나 당내 통합 방안은 내놓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상황은 일주일 뒤 더욱 악화했다. 같은 달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결정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징계 사유가 번복되자 친한계를 중심으로 "답정너식 징계"라는 비판이 나왔고, 지방선거를 반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계파 갈등이 격화했다. 공교롭게도 장 대표는 다음 날인 15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명분은 민주당의 2차 특검법 강행 저지와 국민의힘·개혁신당이 추진하는 통일교·공천헌금 특검 관철이었다.
다만 당내에서는 단식이 당내 시선을 돌리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장 대표가 단식 기간 내세운 '쌍특검'은 수용되지 않은 채 단식이 끝났다. 이에 같은 기간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로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했고, 민주당은 43%를 기록해 격차가 벌어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상 도피성 단식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6·3 지방선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분출했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개혁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도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붕괴됐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그러나 장 대표는 16일 문화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똑같은 분들이 매달 한 번씩 월례행사처럼 당 대표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며 "자판기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말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 정도 결과를 냈으면 그래도 선전했다는 평가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장 대표는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올림픽공원 투표소를 찾아 "참정권 침탈"을 주장했고, 재선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선관위 책임론을 부각했다. 당 지도부 역시 이 이슈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또 장 대표는 24일 퇴원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지금이야말로 우리 당이 제대로 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참정권 회복 특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장동혁 대표가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강성 행보를 보이며 초점을 흐리고 있다"며 "당이 반성하고 쇄신해야 할 시점마다 다른 이슈를 전면에 등장시키는 모습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X맨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지금처럼 '버티기'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진로를 묻는 항목에 '현 지도부 교체를 통한 쇄신' 의견이 51.0%로 가장 높았다. '현 지도부 체제 중심 재정비'는 25.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1%였다.또 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39.6%, 국민의힘이 37.3%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1.0%포인트 오른 데 비해 국민의힘은 0.8%포인트 내렸다. 양당 격차는 0.5%포인트에서 2.3%포인트로 확대됐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강성 지지층 결집만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당원들 사이에서도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며 "선관위 이슈가 잦아들고 나면 결국 다시 지도부 책임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KSOI가 2026년 6월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통신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5.6%다. 표본은 2026년 5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 본문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지난 1월 20~22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2.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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