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지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15~29세) 일자리는 1년 전보다 25만5000개 줄었다. 고용률은 25개월 연속 하락해 43.8%로 떨어졌다. 고령층 고용률(60세 이상 47.2%)보다 낮다. 상용근로자 수도 고령층에 역전당했다.청년 일자리 악화는 한두 해 사이에 생긴 일이 아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경제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경공업과 중화학공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쏟아졌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3저(저금리 저유가 저달러) 호황기에는 수많은 대기업이 대학 졸업자를 공개 채용했다. 2000년대에는 인터넷과 IT(정보기술) 벤처붐이 불면서 청년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인공지능(AI)이라는 엄청난 모멘텀이 찾아왔는데, 청년 취업에 되레 악재다.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이미 있는 직장마저 위협하고 있다. IT 등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곳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기업들의 채용 관행도 바뀐 지 꽤 됐다. 신입 사원을 많이 뽑지 않는다. 경력직을 선호한다. 예전에는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이 활발했다. 지금은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 덕분에 기업 이익은 늘어나는데, 신입사원 채용은 줄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n% 성과급’ 역시 취업 문턱을 높이고 있다. 성과 보상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기존 직원 퇴사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자 대체 일자리마저 줄어들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이달 안에 정년 연장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2029년 61세를 시작으로 2년마다 1년씩 늘려 2037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정년 연장과 관련이 거의 없다. 급여가 적고 근로 여건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자리가 남아돈다. 60세 넘어서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정년 연장 수혜자들은 결국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 근무자’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정확하게 겹친다.
우리는 10여 년 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16년 시행된 정년 연장(55세→60세)으로 매년 쏟아져 나오던 정년 퇴직자 대체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700여만 명)에 속하는 1961년생부터 은퇴가 5년 미뤄졌다. 구직 활동을 아예 포기하는 ‘그냥 쉬었음’ 청년이 이 무렵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여당이 이번에 추진하는 정년 연장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 950여만 명)의 퇴직 시기와 맞물린다. 격년으로 1년씩 늘리면 2016년보다 충격이 작을 순 있다. 그러나 최대 인구집단의 정년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영향은 더 크다. AI 대격변과 경력직 채용 선호, 초우량기업 퇴직률 하락 등과 맞물릴 경우 청년 일자리 대(大)상실 시대가 닥칠 수 있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못 하면 구직단념자가 된다. 아니면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린다. ‘노후 소득 공백’이 아니라 가정 꾸리기를 포함한 ‘삶 전체의 공백’이 문제가 된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 세대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사회 전체를 망가뜨린다.
정년 연장 수혜자인 대기업과 공공기관 종사자는 우리 사회에서 퇴직 준비가 잘 돼 있는 직업군에 속한다. 예컨대 30년가량 일한 사람들은 대부분 퇴직금을 3억~4억원 이상 받는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따로 저축해둔 개인형퇴직연금(IRP)이나 개인연금 계좌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소득 공백’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와 여당에 ‘올해 내 정년 연장 입법 마무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것도 ‘근로 조건 후퇴 없는 정년 연장’이다. 억대 연봉을 그대로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청년은 기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단이 없다. 어리고 인구수마저 적어 정치적인 힘이 미약하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정년 연장보다 훨씬 더 절박한데, 운동장은 거의 모든 측면에서 기울어져 있다. 정치권의 정년 연장 추진은 공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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