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출액 1조달러’가 가시권에 들어온 1일 원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막대한 무역 수지를 상쇄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와 엔화 약세가 원화 가치를 계속해서 짓누르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5원 오른 1554.9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5일(1568원)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도 지난달 15일 이후 32거래일 연속 1500원을 웃돌았다. 전날보다 0.4원 상승한 1549.8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오전 내내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갔다. 오전 10시18분께 1559.2원까지 치솟으며 156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전날까지만 해도 반기 말을 앞두고 활발하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재조정)이 7월부터 잦아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9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이다.
원화와 함께 움직이는 엔화 가치가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가는 것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도 적극 재정을 계속 반영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이날 주간 거래에서 엔·달러 환율은 162.8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6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외환당국은 적극적인 시장 개입보다 상승폭을 줄이는 미세 조정에 주력하고 있다. 외국인의 달러 매수 수요가 대기 중인 상황에 섣부른 개입이 외환보유액만 소진하고 외국인에게 더 저렴한 가격에 달러를 매수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전고점인 달러당 1560원을 넘어서면 마땅한 저항선이 없는 만큼 1600원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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