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임대료가 폭등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관련한 기업들이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적극적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고, 사무공간 또한 임대하고 있지만, 신축 건물이 지어지지 않는 영향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점퍼의 임대료 보고서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침실 2개짜리(2베드룸) 아파트의 월세는 5700달러(약 880만원)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5620달러(820만원)를 기록한 뉴욕 또한 제쳤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는 2베드룸 기준 가장 임대료 부담이 높은 도시가 됐다.
침실 1개짜리(1베드룸) 아파트 월세는 여전히 뉴욕이 4660달러(약 720만원)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도 4060달러(약 630만원)로 2위에 등극했다.
월세 수준 자체보다 눈에 띄는 것은 상승 폭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연간 임대료 상승률은 2베드룸이 22.6%, 1베드룸이 21.9%로 미 전역에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미국 전체의 임대료 중윗값 상승률은 1베드룸이 0.4%에 불과했다. 2베드룸은 오히려 0.3% 하락했다. 뉴욕의 월세 상승률도 4∼4.3%에 그쳤다.
점퍼는 이와 같은 월세 폭등의 원인으로 AI 열풍을 짚었다. 주요 기업들이 AI 분야에서 적극적인 채용을 하고 있고 수십만㎡의 사무공간도 임대하고 있는 반면 신축 계획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임대 주택 입주율은 96%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와 같은 임대료 상승은 샌프란시스코만(灣) 인근의 실리콘밸리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기존에도 월세가 높아 전국 5위권을 기록해온 새너제이는 임대료가 2.6∼3.8% 추가로 상승했다. 15위권인 오클랜드도 1베드룸 기준 6.2% 올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연봉이 18만 달러(약 2억8000만원)인 한 엔지니어가 샌프란시스코의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짐을 싸고 있는 현실을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임대료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등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역사회경제연구위원회(C2ER)가 지난달 발표한 '생활비지수' 자료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생활비는 전국 평균 대비 65.6% 높았다. 특히 공과금 비용은 전국 평균 대비 41%, 교통비는 43%, 식료품 가격도 19% 더 높았다.
부동산 데이터 업체 코스타의 나이절 휴스 수석연구원은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 상승에 대해 "마치 압력솥처럼 온도가 정말 빠르게 치솟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치른 데 이어 오픈AI와 앤트로픽도 상장을 앞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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