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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전세를 ‘사금융적 성격을 가진 제도’로 평가하며 장기적으로는 축소 또는 개편이 필요하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전세대출이 집값을 올렸다”는 주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세대출이 세입자의 자금조달을 쉽게 만들어, 이것이 전셋값 상승을 거쳐 다시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금융이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대출이 늘어나면 구매력이 확대되고 가격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향을 준다’는 것과 ‘주된 원인이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을 살펴보면 전세대출 하나만으로 집값 상승을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가 훨씬 많다. 대표적인 예가 지방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수도권보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적지 않다. 충청권의 천안·아산·청주, 대구·경북권의 대구·구미·포항, 전라권의 전주·익산·순천, 경남권의 창원·김해·진주 등은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으로 꼽혀 왔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중이 높다는 의미이며, 일반적으로 세입자의 전세대출 활용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지역의 집값은 서울보다 더 많이 상승했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22년 이후 상당수 지방은 미분양 증가와 인구 감소, 공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장기간 가격 조정을 겪었고, 일부 지역은 아직도 이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면 전세대출 활용도가 높은 지방의 집값이 서울보다 더 크게 상승했어야 한다. 실제 시장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를 봐도 마찬가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나 반포, 대치동의 대표 단지들이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해서 그 이유를 전세대출에서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한강 조망, 강남 입지, 희소성, 재건축 기대감, 우수한 학군, 풍부한 유동성, 자산가들의 선호 등 복합적인 요인이다.
반대로 지방의 많은 아파트는 전세대출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음에도 수년째 가격이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같은 금융제도를 이용하면서도 결과가 전혀 달랐다는 사실은 집값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도 주택가격을 하나의 변수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와 BOK 이슈 노트 등을 통해 주택가격이 금리, 금융 여건, 경기, 기대심리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자산시장이라고 분석해 왔다. 국토연구원 역시 지역별 수급 여건, 입지 경쟁력, 인구 이동, 개발계획, 주택 공급, 금융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가격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즉 전세대출이 시장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우리나라 집값 상승을 설명하기에는 시장이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세대출은 이미 존재하는 주거 수요를 금융으로 연결하는 기능이 더 크다.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청년, 직장인들이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전세대출은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전세대출이 없어진다고 해서 주거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수요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규제의 충격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서울의 고가 전세시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계층이 규제 영향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전세대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정책의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전세대출이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금융은 언제나 가격 형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다. 그러나 그것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단정하는 것은 시장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해석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집값은 금리 변화에 따라 움직였고, 공급 부족과 공급 확대에 따라 달라졌으며, 개발 호재와 교통망 확충, 인구 이동, 투자심리와 유동성에 따라서도 크게 변동했다. 같은 전세대출 제도 아래에서도 어떤 시기에는 급등했고, 어떤 시기에는 하락했다.
정책은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세대출을 손보는 정책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집값 상승이라는 복합적인 현상을 하나의 금융상품으로만 설명한다면 진단도 단순해지고 처방 역시 현실과 멀어질 수 있다.
주택시장은 수요와 공급, 금리, 소득, 인구 구조, 입지 경쟁력, 유동성, 미래에 대한 기대가 함께 작동하는 복합시장이다. 전세대출은 그 시장을 움직이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집값 상승의 모든 책임을 전세대출에 돌리기보다 시장 전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주택정책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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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지역별 매매가격·전셋값·전세가율)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BOK 이슈 노트」(가계부채·주택시장·금융 여건 분석)
* 국토연구원 주택시장 및 주택가격 결정요인 관련 연구보고서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인구이동·주택 소유·가구 통계)
* 금융위원회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및 전세대출 정책자료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 관련 통계
* 한국주택금융공사(HF) 전세자금보증 및 주택금융 통계
강연옥 플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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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옥 플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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