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차인데 가격이 다른 이유는? [정상연의 Car 톡]

입력 2026-07-04 08:20  

우리는 살면서 자동차를 4~5번 정도 구매한다. 그것도 보통 5~10년에 한 번씩이다. 평생 몇 번 안 사는 물건에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그 몇 번 안 되는 구매 중 하나인 자동차는 집을 제외하면 인생에서 가장 비싼 소비일 가능성이 크다.

'내 차 사기'가 유독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비싼 구매를 결정해야 하는데, 정작 무엇을 기준으로 좋은 소비라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차를 사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막막함이 시작된다. 커뮤니티 글을 뒤지고, 유튜브 리뷰를 며칠씩 들여다봐도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누구는 얼마에 샀다더라" 하는 말들 속에서 기준을 잡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큰맘 먹고 매장 문을 열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나만 비싸게 사는 거 아닐까’라는 걱정이 먼저 자리잡는다.

자동차 대중화가 본격화된 지 40년이 흘렀지만, 차를 사는 방식은 여전히 그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장에 가야 하고,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 사람과 계약을 해야 한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이 구조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구매의 방식은 현금을 주고 사거나, 할부로 사는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금리 정도면 충분했다.

요즘 시대의 자동차 구매는 말 그대로 문법이 달라졌다. '구매'에서 '이용'으로, 소비의 무게중심 자체가 옮겨가고 있다. 자동차 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구매의 부담과 할부의 월 납입금을 낮추고 싶은 소비자들이 늘었고, 그 결과 리스나 렌트 같은 임대 상품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실제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때 20%대에 머물던 렌터카·운용리스의 개인 고객 비중은 최근 40~50%까지 늘었다. 법인이나 사업자의 전유물이었던 임대 시장에, 이제는 평범한 개인 소비자들이 절반 가까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그런데 변화 속에서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매장에서 차량을 상담받다가 월 부담을 낮추고 싶다고 하면, 영업사원은 십중팔구 리스·렌트 중개인을 연결해준다. 자동차에 전문화된 사람과 임대 상품에 전문화된 사람이 서로를 소개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것이다. 여기까지는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합리적인 분업처럼 보인다. 소비자의 의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가격이 정해지는 방식이 뭔가 이상하다.

자동차 리스·렌트는 임대 상품이고, 임대 상품의 가격은 공급자도 소비자도 정하지 않는다. 둘 사이에 있는 '유통자'가 정한다.

이 '유통자'는 다름 아닌 리스·렌트 중개인이다. 영업사원이 고객을 소개해주면, 중개인은 그 영업사원에게 소개비를 준다. 이 소개비를 포함해 중개인이 받아가는 모든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가 내는 월 이용료에 녹아 들어간다.

문제는 이 수수료의 크기를 공급자도 소비자도 아닌 중개인이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차, 같은 조건이어도 어느 중개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중개인이 받는 수수료 자체가 '많이 팔수록 대당 더 많이 받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이번 달에 1대를 팔면 대당 수수료가 10만 원이지만, 5대를 팔면 대당 20만 원을 받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중개인에게는 '이달의 실적'을 채우는 일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고,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내는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여기에 자동차 유통업의 구조적인 낮은 생산성이 더해진다. 영업사원이나 중개인 한 명이 한 달에 판매하는 차량은 평균 2~3대 수준이다. 이 정도 생산성으로는 유통마진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결국 한 대당 수백만 원의 유통비가 발생해야 이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생계가 유지된다.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낸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이 구조에서는 소비자와 중개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중개인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보다, 이달에 더 높은 수수료를 주는 공급자의 상품을 권하는 게 낫다. 결국 소비자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임대 시장에 들어왔지만, 정작 불리한 선택을 하게 되는 역설에 빠진다.

이 역설 앞에서, 질문은 결국 하나로 좁혀진다. 중개인의 이해관계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구조적으로 충돌하는 시장에서, 소비자는 누구를 믿고 계약서에 서명해야 하는가.

해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서 출발하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유통도 가능하다. 오랫동안 굳어진 이 업계의 관행을 감안하면 쉬운 시도는 아니다. 차즘은 그 어려운 질문에 먼저 손을 들고 나섰다. 공급자마다 수수료가 달라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 실적에 따라 상품 추천이 바뀌지 않게 하는 것. 말은 쉽지만, 지금의 자동차 유통업 생산성으로는 결코 만만한 도전이 아니다.

자동차의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동수단에서 하나의 공간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그 차를 사고, 빌리고, 이용하는 방식은 40년 전 그대로다. 기술은 미래로 갔는데, 유통은 그 자리에 멈춰 있다. 이 간극을 누가,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는 이제 막 시작된 질문이다.

다음에 차를 사거나 리스·렌트를 알아볼 일이 생긴다면 한 번쯤 자문해보면 어떨까.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나에게 더 유리한 상품을 권할 이유가 있는 사람인지 말이다.




정상연 님은 자동차 리스·렌트 플랫폼 '차즘(Chazm)'을 운영하는 디자인앤프랙티스의 대표다. 핀테크 플랫폼 핀다(Finda) 제품총괄 시절 오토론 신사업을 개발하며 자동차 유통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직접 경험한 뒤, 2024년 5월 디자인앤프랙티스를 설립했다. 차즘은 다수의 금융사·렌터카사 상품을 실시간으로 비교해 왜곡 없는 견적을 투명하게 제공하는 모빌리티 핀테크 플랫폼으로, 정보 비대칭으로 얽혀 있던 자동차 유통 구조를 데이터로 단순화해 고객이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