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커머스의 부상과 대형마트의 쇠락 속에 자금줄이 막힌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선고를 받았다. 대형마트업계 2위로 한때 전국에 140여 개 점포를 뒀던 홈플러스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경영난이 가중되며 기업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홈플러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납품·입점업체 종사자와 그 가족은 10만여 명에 달한다. 이대로 문을 닫으면 고용은 물론 경제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7월 별도의 파산 신청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파산 선고가 내려지면 홈플러스에는 기존 경영진을 대신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파견된다. 파산관재인은 남은 67개 대형마트 점포와 물류센터 등 모든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 62개 점포를 신탁 담보로 잡고 있어 파산관재인 역할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메리츠가 직접 점포 매각 등을 통해 채권 회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직원과 납품·입점업체 등의 광범위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의 직간접 고용 인원은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실업자가 되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납품·협력사는 4603곳이다. 이들 중 47%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중소 납품업체의 미정산 대금은 평균 7억원 이상이다. 파산 시 납품 대금은 최우선 변제 대상이 아니다.
법원이 광범위한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가결 시한을 연장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린 것은 시한을 연장한 지난 3월과 비교해 상황이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더 나빠져 기한을 연장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홈플러스마트 노조는 이날 법원 결정에 반발하며 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14일간 긴급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일반노조는 “MBK, 메리츠금융은 14일 안에 2000억원을 즉시 투입하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의 몰락은 단일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오프라인 대형마트 쇠락이라는 경영 환경과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17년 24%였던 유통업종 내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2021년 15.1%, 지난해 9.8%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e커머스 비중은 2021년 35%에서 2021년 52.1%, 지난해 59%로 커졌다.
사모펀드가 경영하는 홈플러스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는 68개 홈플러스 점포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한 뒤 재임차하는 ‘세일즈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점포 임차료 부담은 연간 4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현금 흐름이 악화된 홈플러스는 2020년대 들어 빠른 배송을 앞세운 쿠팡 등 e커머스의 공세에 무방비로 당하며 고객을 빼앗겼다.
오형주/송은경/김유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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