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05일 15: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서울 강남권역(GBD) 초우량 오피스 ‘센터필드’의 GP 교체 작업이 국민연금 대체투자위원회 단계에서 중단됐다.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코람코자산운용을 새 운용사로 선정하며 추진해온 이관 절차에 제동이 걸리면서 센터필드는 펀드 만기에 맞춰 매각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관과 함께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 1000억원 안팎의 수수료 지급 시점이 늦춰지면서,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작업에는 다시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3일 대체투자위원회를 열고 센터필드 GP 교체 및 펀드 만기 연장 안건을 논의했지만 최종 부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체에 따른 성공보수와 지분이익 수수료 지급 안건도 함께 부결됐다. 당초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는 센터필드의 집합투자업자를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난 4월 코람코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대투위는 국민연금 대체투자 관련 주요 의사결정 기구로, 기금운용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해당 안건 소관 실장을 제외한 내부 위원 3명과 외부 전문가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대투위 부결로 센터필드는 GP 교체 대신 매각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투위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사실상 GP 교체 또는 매각이었다”며 “교체와 연장 안건이 부결된 만큼 만기에 맞춰 매각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이 본격화하면 자문사 선정과 입찰, 실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거래 종결까지 통상 1년 안팎이 걸린다. 업계에서는 센터필드 매각 클로징 시점을 내년 중순에서 하순께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이지스 M&A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센터필드 GP 교체가 성사됐다면 이지스는 국민연금·신세계프라퍼티 등 수익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성공보수 약 750억원, 코람코 측에서 받을 수 있는 지분이익 수수료 약 200억원 등 총 1000억원 안팎의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수수료가 이지스 경영권 매각 전에 지급될 경우 인수 후보 입장에서는 그만큼 기업가치에서 차감해야 할 요인이 된다.
반대로 GP 교체가 무산되고 매각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수수료 지급 시점은 센터필드 매각 완료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펀드를 단순 연장한 상태에서 수수료를 선지급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어렵다는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지스 경영권 매각이 센터필드 매각보다 먼저 마무리되면 해당 수수료는 새 주주 측에 귀속될 수 있다. 기존 임직원에게 성과보수로 배분될지도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이번 부결의 최대 수혜자는 이지스 기존 주주와 경영권 매각 측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GP 교체가 가결됐다면 핵심 운용자산 이탈과 1000억원 안팎의 현금 유출 요인이 동시에 반영돼 이지스의 매각가를 낮추는 압박 요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매각 수순으로 전환되면서 센터필드 운용권과 향후 수수료 수취 가능성이 당분간 이지스 밸류에이션에 반영된다. 인수 후보 입장에서는 경영권 인수 이후 회수 가능한 현금흐름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지스 경영권 매각은 지난해 말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1조1000억원 안팎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장기간 지연됐다. 국민연금과의 갈등, 센터필드 등 주요 운용자산 이탈 가능성, 일부 국내외 투자자산의 기한이익상실(EOD) 및 공매 리스크 등이 부각되면서 가격 재산정 논의가 이어졌다. 힐하우스는 우협 지위를 사실상 상실한 뒤에도 매도자 측과 협상을 이어왔지만,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필드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들어선 연면적 약 24만㎡ 규모의 복합 오피스로,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각각 49.7%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이지스의 대표 운용자산이다. 지난해 이지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주요 펀드 정보 제공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는 센터필드 GP 교체를 검토했고, 신세계프라퍼티도 이지스의 센터필드 매각 추진에 반발하며 집합투자업자 변경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센터필드 GP 교체 무산이 이지스 M&A 협상의 새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센터필드가 단기 이탈하지 않고, 매각 클로징 이후 1000억원 안팎의 수수료를 받을 가능성이 남게 되면 인수 후보가 평가하는 이지스의 기업가치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GP 교체가 무산되면서 1000억원 안팎의 수수료를 받을 가능성이 이지스 밸류에 남게 됐다”며 “이지스 주주와 매도자 측에 유리한 결정으로, M&A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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