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다리 찍는데 "아무도 몰랐다"…2년간 피해자만 21명

입력 2026-07-05 14:30   수정 2026-07-05 14:31

같은 학교 학생들을 몰래 촬영하고 특정 사진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이 선고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제1형사부(재판장 이은혜)는 청소년성보호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 관련 기관 취업제한 7년도 명령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불복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양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1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에 본질적인 변화가 없는 데다 원심 형량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A씨에게 유리하게 참작된 사정도 있었다. A씨는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1심에서 피해자 1명과 합의하기도 했다. 인적사항이 확인된 피해자 21명을 위해 합계 5000만원을 형사공탁한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일부 피해자들은 공탁금을 받을 예정이라는 의사를 표시했다.

A씨가 직접 촬영한 영상 일부가 피해자 신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아니고, 일부 범행 당시 미성년자로서 판단 능력이 다소 미숙한 상태였던 점도 양형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범행의 기간과 방식, 피해 규모를 더 무겁게 봤다. A씨의 범행은 1년 6개월이 넘는 기간 계속 이어졌다. 피해자도 불특정 다수였다. A씨는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을 몰래 촬영했다. 촬영 사실이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되지 않도록 하는 특수 애플리케이션(앱)도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A씨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고 봤다.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A씨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성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반복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런 행위가 거의 2년에 가까운 기간 매일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일부 촬영물에는 피해자 얼굴이 드러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A씨가 일부 피해자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관하고 있었던 사정도 양형 이유로 제시됐다.

딥페이크 방식의 성착취물 제작도 문제가 됐다. A씨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알던 여성들의 SNS 사진을 캡처한 뒤 앱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해당 제작물이 딥페이크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미리 알지 못하면 실제 사진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A씨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식당에서도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음에 드는 여성 손님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보고 몰래 따라가 촬영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이 단순히 성적 충동을 이기지 못해 벌어진 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오랜 기간 계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어졌고 피해자 수와 범행 수법을 고려할 때 왜곡된 성욕을 해소하려는 목적에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 죄질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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