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임 연체를 이유로 한 임대차계약해지와 관련해서 최근에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상가점포 임차인의 3기 이상 차임 연체를 이유로 임대인이 계약해지 통보하면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경우처럼 해지통고를 임차인에게 문자나 통고서로 보낸 후에 소장접수한 것이 아니라 일단 명도소송 제기하면서 소장 송달방법으로 해지 의사를 표시한 점이다. 법원 송달이라는 절차 때문에 당연히 소장 접수 후 대략 2주일 만에 임차인에게 소장이 송달됐을 것이다.
문제는 소장 접수 후 임차인에 대한 소장송달 전에 임차인의 차임 지급으로 3기 차임 연체 상태가 해소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의 임대차계약해지는 유효할 수 있을까? 대법원 판단은 다음과 같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8은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였는지’는 해지권의 발생요건이므로 차임연체액이 3기 차임액에 달하였다면 즉시 계약해지권은 발생하고 계약해지의 의사표시가 임차인에게 도달한 시점, 즉 해지권 행사의 효력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3기 차임액에 달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3기 이상 차임연체를 이유로 한 임대차계약해지권을 행사하는 경우 행사 당시 3기 이상 차임연체가 있었던 이상 해지 의사표시가 기재된 소장 부본이 임차인에게 송달되기 전에 임대인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차임이 지급되어 차임연체액이 3기 차임액에 달하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의 계약해지권이 소멸한다고 할 수는 없다.
부연하면 3기 차임 연체는 해지권 발생 ‘요건’이라는 점에서 이런 요건이 충족되면 계약해지가 가능하며 설사 해지통고의 효력발생시점인 해지통고도달 이전에 차임 연체 상태가 해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해지권이 소멸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사건에 대입해보면 해지통고의 효력 발생시점 자체는 ‘소장부본 송달시점’이지만 해지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해지통고시점인 소장접수시점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소장 접수 이후 소장부본 송달 사이 뒤늦은 차임 지급은 이미 발생한 해지권을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결론인 셈이다. 다만 해지의 효력은 의사표시도달시점에 발생하기 때문에 도달 시점 이전의 임차인 점유는 불법이 아닌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이러한 법리를 ‘차임 연체 상태가 해소된 이후에도 해지통고 가능하다’고까지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 위 사안은 현재 차임 연체 상태에서 해지통고가 이루어진 사안이라는 점에서(의사표시 도달 이전에 연체 상태가 해소되었을 뿐) 차임 연체 상태가 해소된 이후에 뒤늦게 해지통고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
차임 연체를 이유로 한 계약해지 요건인 “차임연체액이 0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과 과거의 차임 연체 사실을 이유로 계약갱신요구권행사를 제약하고 있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1호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라는 규정 간의 분명한 차이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한편 민법 제640조(차임 연체와 해지) 역시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대차에는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641조에는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 또는 식목, 채염, 목축을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의 경우에도 전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8과 입법체계가 유사하다. 판결 사안 자체는 상가임대차 문제이지만 주택을 비롯한 광범위한 부동산 임대차에 적용될 수 있는 법리이다 보니 여러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크게 기사화하고 있다.
이 판결 선고 이전에는 계약해지될 수 있는 차임 연체 상태라 하더라도 임대인의 해지통고를 피하면서 차임을 납부하면 해지를 면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판결을 통해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임대차 관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최광석 로티스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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