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오 "K패션은 한국 산업 마지막 퍼즐…앞으로 골든타임 5년"

입력 2026-07-09 16:28   수정 2026-07-09 16:33

최병오 "K패션은 한국 산업 마지막 퍼즐…앞으로 골든타임 5년"

“앞으로 5년이 K패션의 골든타임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기가 훨씬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최병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패션그룹형지 회장·사진)은 지난 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섬유패션업계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22회째를 맞은 CEO 포럼은 ‘위기를 기회로, 다시 뛰는 K섬유패션’을 주제로 10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섬유패션 기업인과 유관 협단체 관계자 등 450여 명이 참석해 섬유패션산업의 미래 성장동력과 혁신 전략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K패션이 K뷰티처럼 세계 시장으로 확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봤다. 한류가 확산하면서다. 그는 “최근 정부가 K패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해외에서도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산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방문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해외시장의 관심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섬유패션산업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그는 개회사를 통해 “AI 기술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통상환경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대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중동 사태 장기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과 물류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현장을 지키는 기업인들이 섬유패션산업의 버팀목”이라며 “현장의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는 실행 중심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했다.

최 회장은 K패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 육성과 제조 기반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섬유 제조부터 패션 브랜드까지 산업 생태계가 한 국가 내에 존재하는 드문 나라”라며 “인디 브랜드가 이 제조 기반과 연결돼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신진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소재·봉제·생산 네트워크와 브랜드를 연결해 상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섬산련은 기술력은 있지만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소재기업과 중소 섬유패션 기업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회장은 공식 개회사에서 “프리뷰 인 서울(PIS)을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안착시키고, 국내 유망 섬유기업을 발굴해 국내외 수출시장에서의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PIS는 국내 섬유 소재 기업들이 해외 바이어와 만나는 대표 전시회다. 섬산련은 이를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키워 소재기업의 해외 판로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마케팅력이 부족한 소재기업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매출 확대가 신소재 연구개발(R&D)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소재기업의 판로가 넓어지면 신소재 개발 여력이 커지고, 브랜드는 경쟁력 있는 국내 소재와 생산 기반을 활용해 제품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방섬유 국산화와 첨단 산업용 섬유 육성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군복과 경찰복, 소방복 등 공공조달의 국산 소재 적용을 가시화하고 고부가가치 미래 섬유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의류 중심으로 인식돼 온 섬유산업을 방산·안전·첨단소재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산 소재 기반을 넓히는 것은 산업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인디 브랜드 육성과 제조 혁신 지원도 K패션 생태계 강화를 위한 과제로 거론한다. 최 회장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구조를 여러 기관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섬산련은 산업부, 한국패션협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인디 브랜드가 국내 제조 기반과 연계해 성장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소 브랜드가 시장 정보와 생산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비용을 낮추고, 소재·봉제·기획·마케팅을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 회장은 해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국내 시장으로 끌고 들어와야한다고 봤다.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만큼 국내 거점을 글로벌 시장의 시험무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화장품 산업이 외국인 관광객과 K콘텐츠를 발판으로 해외 인지도를 키운 것처럼, K패션도 국내에서 먼저 글로벌 소비자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드시 해외에 나가야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명동·성수동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공간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국내 지역 내에서 해외 수요를 잡을 만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K뷰티보다 K패션이 아직 뒤처진 것은 사실이지만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와 소재 개발 역량은 충분하다”며 “패션은 한국 산업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힘줘 말했다.

제주=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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