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한국경제신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시장에 공개된 딜 가운데 11건의 M&A 거래가 중도에 깨졌다. 이 중 조 단위 거래만 6건이다. 결렬된 거래 규모를 합하면 13조원이 넘는다.
양해각서(MOU) 체결과 독점 협상권 확보는 7부 능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은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여겨졌다. 최근에는 이런 통념이 무색해졌다. SPA 체결 이후에도 거래가 깨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거래 불발의 원인은 정부 규제, 협상 결렬, 돌발 변수 등으로 나뉜다. 롯데렌탈 매각은 SPA를 체결하고 1년 가까이 끌어온 1조6000억원 규모 딜이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을 내리며 무산됐다. MBK파트너스의 마키노후라이스 인수, TKG휴켐스·IMM PE의 야소지마 인수는 일본 정부가 막았다. M&A가 자국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불승인 결정으로 이어졌다.
가격과 관련한 이견은 보편적인 거래 결렬 사유인데 최근 들어 매수자와 매도자의 눈높이 차이가 한층 더 벌어졌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의 이지스자산운용 인수가 대표적이다. 매수자 측은 국민연금과의 갈등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의 자산가치가 떨어졌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 IMM PE의 시지바이오 인수, 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스틸코드 사업부 매각도 가격과 관련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타이어스틸코드 의 경우 공급망 불안도 감안해 딜을 철회했다는 게 매도자 측 설명이다.
개별 기업의 주가 급변동 같은 돌발 변수로 깨진 거래도 있다. 신생 사모펀드(PEF) 케이던스캐피탈은 레뷰코퍼레이션 인수 SPA까지 맺었지만 펀딩에 실패했고, 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 합병은 메가박스 모회사의 회생절차로 MOU를 연장하지 않았다. 두산밥캣은 독일 건설장비업체 바커노이슨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근 1년 새 주가가 70% 넘게 뛰자 발을 뺐다.
SPA 체결 이후 정부 승인이 늦어져 결론을 못 낸 거래도 있다. 어펄마캐피탈의 도레이첨단소재 FCCL 사업부 인수는 계약 체결 1년이 넘도록 공정위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현대LNG해운 매각 거래도 지난해 11월 SPA를 체결했지만 아직 산업통상부 승인을 못 받았다. 한 M&A 변호사는 “규제당국 심사가 까다로워지며 딜 종료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사이 시장 환경이나 재무 상태가 바뀌어 거래가 깨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다른 나라도 똑같다. 월스트리트호라이즌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M&A의 발표-종결 소요 기간은 지난 10년간 거의 세 배로 늘어 평균 약 150일(5개월)에 달했다.
계약 단계부터 거래 실패 리스크를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변화와 관련이 깊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규제 때문에 딜이 깨졌을 때 누가 책임질지가 협상 대상이 되면서 계약서가 점점 길어지고 정교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다은/서형교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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