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SMR 동맹

입력 2026-07-09 17:35   수정 2026-07-10 00:14

1958년 8월 3일 미국 핵잠수함 노틸러스호가 북극점 아래를 통과했다. 작전명은 ‘오퍼레이션 선샤인’. 승조원 116명을 태운 잠수함은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차가운 북극해 얼음 밑을 소리 없이 지났다. 냉전시대 노틸러스호의 북극해 잠항은 옛 소련에 충격이었다. 노틸러스호는 연료 재보충 없이 지구 두 바퀴 반을 도는 기적을 이뤄냈다. 핵잠수함은 이후 바다를 지배하는 전략 무기가 됐다.

당시 원자로를 좁은 잠수함에 넣는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었다. 미 해군은 바다가 없는 아이다호 사막에 원형 원자로를 세웠다. 좁은 공간에서 열과 압력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00시간 연속 운전 시험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핵잠수함의 심장이 AI 시대 전력난의 해결사로 다시 소환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 SMR이다. 원전을 소형 모듈 단위로 제작해 필요한 곳에 설치하자는 발상이다. AI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데이터센터, 전력망이 취약한 섬나라, 대규모 산업단지 가동에는 거대한 원전보다 작고 빠른 SMR이 더 효율적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한·미·일이 만나 SMR 보급을 위한 협력각서(MOC)에 서명한 것도 이 같은 필요성에 공감해서다. 이번 ‘SMR 동맹’은 단순한 친환경 협력을 넘어선다. 세 나라가 원팀을 이뤄 인도·태평양 원전 표준을 만들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SMR은 아직 상용화된 기술이 아니다. 현재 미국 등 서방지역에서 가동 중인 SMR은 없다. 미국은 설계력이 있지만 제조 생태계 기반이 약하다. 한국은 세계 최고 원전 시공 및 제조 능력을 유지해왔다. 일본은 고도의 소재 및 부품 기술을 쥐고 있다. 미국의 두뇌, 한국의 기술, 일본의 부품이 만나야 SMR이 탄생한다.

SMR은 단순히 작게 만든다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다. 좁은 용기에 열과 압력, 방사선을 가두고 안전성을 검증해야 하는 고난도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 70년 전 잠수함에서 태어난 미니 원전 기술이 한·미·일 삼각 협력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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