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이 종전을 앞당길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잘못된 판단이자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군사적 압박이나 확전으로는 평화 협상을 진전시킬 수 없다는 취지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9일 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전날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동 발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에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깊숙한 지역 타격을 두고 확전이지만 동시에 분쟁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확전이라고 언급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이 전황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 조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다시 확전 노선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미국 행정부와 백악관 안에 확전이나 군사적 압박을 통해 평화적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는 착각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긴장을 높이고 확전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평화 프로세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드론 공세가 러시아를 종전 협상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으로 영공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러시아는 경계감을 드러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발언"이라며 그 의미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구상이 결국 "나토 회원국 군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활동하게 된다는 뜻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르며, 나토의 우크라이나 진출 저지를 주요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워 왔다.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언은 종전 이후 안전보장을 이유로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내 면허 생산을 승인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기술 공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전쟁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양국 정상 간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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