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벌에 30만원 아깝지 않아요'…20대女 몰리더니 '초대박' [박수림의 요즘 여기]

입력 2026-07-12 07:30   수정 2026-07-12 07:48

'한 벌에 30만원 아깝지 않아요'…20대女 몰리더니 '초대박' [박수림의 요즘 여기]


지난 10일 오후 1시께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내 축구 유니폼 편집숍 '오프사이드' 팝업. 매장 안은 국내외 유명 축구 구단 유니폼을 고르는 2030세대 소비자들로 붐볐다. 좋아하는 구단 유니폼을 입고 매장을 찾거나 한 벌에 10만~20만원대 가격의 옷을 2~3벌씩 손에 들고 쇼핑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통적 소비층으로 여겨졌던 남성 소비자뿐만 아니라 여성 소비자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형 호재가 끝나면 철수하던 유통가 스포츠 마케팅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스포츠 팬덤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시즌성 행사에 그쳤던 콘텐츠가 연중 내내 고객을 불러 모으는 핵심 집객 수단으로 진화하면서다. 업계도 스포츠 카테고리를 '반짝 특수'에 기대는 마케팅 소재가 아닌 팬들의 일상적 수요를 겨냥한 상설 콘텐츠로 키우는 추세다.
대회 특수 없이도 몰리는 스포츠 팬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포츠 콘텐츠가 일시적 대형 이벤트 특수를 넘어 유통가의 '연중 집객 카드'로 자리 잡고 있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지난 3일부터 축구 유니폼 편집숍 오프사이드 팝업을 열고 국내외 축구 구단 유니폼과 의류, 굿즈 등을 선보이고 있다.

매대에는 유럽 유명 구단의 최신 유니폼부터 과거에 출시된 빈티지 유니폼까지 다양한 제품이 빼곡히 진열됐다. 특히 희소성 높은 빈티지 제품을 모아놓은 공간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안정환·박지성·차두리 등이 입었던 디자인의 유니폼이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들은 재고가 한 장밖에 없어서 보물찾기하듯 뒤적이며 희귀 유니폼을 발굴하려는 방문객들 모습도 이어졌다.

가격대는 만만치 않다. 일반 유니폼은 한 벌에 10만원대 중후반 선, 빈티지 제품은 기본 2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EPL, 라리가 등 해외 유명 구단 유니폼은 30만원을 훌쩍 넘었고 유명 선수의 친필 사인이 담긴 제품은 7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높은 가격에도 팬들의 구매 열기는 뜨거웠다. 아이파크몰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해당 팝업의 일평균 매출은 약 70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방문객이 대거 몰린 첫 주말(지난 3~5일)에는 일평균 매출이 1억원을 넘어섰다. 아이파크몰은 특별한 대형 축구 이벤트가 없었던 지난해에도 해당 팝업을 열었는데 당시 하루 평균 1200명이 매장을 찾았다.
스포츠 시장 '큰손'된 1020·여성 소비자
이처럼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배경은 '소비층 확대'다. 과거 스포츠 시장의 주 고객층은 3040세대 남성에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20대는 물론 10대 후반까지 소비 연령층이 낮아지고, 여성 소비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좋아하는 대상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물리면서 일상적 소비 수요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지난 5월 발간한 '2025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스포츠 리그 관람객 가운데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33.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성별로도 여성 관람객 비중이 51.6%로 남성(48.4%)을 웃돌았다.

빈티지 축구 유니폼을 수집·판매하는 패션 브랜드 그래비티 유니버스 관계자는 "온라인 축구 게임이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등 축구를 접하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연령대가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며 "최근에는 10대 학생 고객도 쉽게 볼 수 있고 여성 소비자 비중도 약 20%까지 늘었다"고 귀띔했다.
스포츠 팬덤 잡아라…상설 콘텐츠 확대하는 유통가
스포츠 팬덤이 커지면서 유통업계도 관련 매장이나 팝업을 유치할 때 월드컵·올림픽 등 대형 대회와의 시기적 연계성보다 콘텐츠 자체의 집객력을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다. 대회 특수에 기대지 않고도 스포츠 콘텐츠를 상설 매장이나 반복형 팝업 등으로 선보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판단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의 상설 굿즈숍을 열었는데 개점 첫날부터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오픈런'에 나서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스포츠 전문관 '무신사 플레이어'를 통해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무신사 플레이어의 거래액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20%씩 성장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마니아들은 시즌 종료나 대형 이벤트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꾸준히 매장을 찾고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가장 확실한 소비층"이라며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콘텐츠는 시기와 관계없이 집객 효과를 낼 수 있어 상설 매장이나 반복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콘텐츠로 활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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