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사러 아프리카로"....글로벌 항공유 시장 흔드는 나이지리아

입력 2026-07-11 16:26  

"기름 사러 아프리카로"....글로벌 항공유 시장 흔드는 나이지리아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나이지리아가 새로운 항공유 공급처로 부상했다. 원유 매장량에 비해 정제 시설이 부족해 연료를 역수입하던 나이지리아는 초대형 정유소 가동을 계기로 글로벌 정제유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프리카 산업화의 주역으로 불리는 알리코 단고테 회장은 나이지리아 라고스 외곽에 200억달러(약 30조 원)를 투입해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정유공장을 세웠다. 10년에 걸친 공사 지연과 비용 초과를 겪은 이 공장은 지난 2월 최대 가동률에 도달했다.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나이지리아산 정제유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입기 시작했다. 최근 중동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동산 연료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단고테 정유소는 공장을 풀가동한 이후 4월에 단일 시설 기준 세계 최대 항공유 수출 기지에 오른 데 이어 6월에는 유럽으로만 46만6000메트릭톤(mt)의 항공유를 수출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대유럽 수출량(39만9000mt)을 웃도는 규모로 나이지리아가 유럽의 최대 외부 항공유 공급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정유시설의 본격적인 가동은 나이지리아 경제와 단고테 그룹의 기업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질적인 연료 부족과 달러 고갈에 시달리던 나이지리아는 정제유 수출 확대로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단고테 회장의 개인 자산도 올해에만 48억6000만달러 늘어 총 348억달러(약 52조원)를 기록했다.

단고테 그룹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 나이지리아 증권거래소에 정유공장을 상장해 약 5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다. 향후 뉴욕증권거래소 2차 상장과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나이지리아 국영석유회사(NNPC)가 기존 부채 상환과 해외 장기 계약 물량을 우선 이행하면서 단고테 정유소에 자국산 원유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아프리카의 브렌던 버스터 수석 경제학자는 "단고테의 대규모 투자가 진정한 결실을 맺으려면 나이지리아의 원유 생산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형 정유시설을 가동하기 위해 오히려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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