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의 위상이 달라졌다. 1세대 팝업이 백화점 내 자투리 공간에서 재고를 처리하는 목적으로 활용됐다면 2세대에선 패션·뷰티 분야의 브랜드 마케팅 채널로 변모했다. 3세대엔 장소와 카테고리가 전방위로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화점뿐 아니라 성수, 명동, 북촌, 전국 각지 페스티벌 현장에서 캐릭터, 식품, 금융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팝업이 열리고 있다.

팝업스토어가 확산한 계기는 2022년 2월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 팝업이었다. 1주일간 열린 이 팝업엔 3만 명의 소비자가 몰려 준비물량 2만 병이 모두 팔렸다. 이후에도 흥행이 이어져 원소주 제조사 원스피리츠는 설립 1년 만에 매출 300여억원에 달했다.
초기 패션과 뷰티 중심이던 팝업스토어 카테고리는 업종과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확산했다. 팔 상품이 있는 브랜드만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공식도 깨졌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가 최근 여의도한강공원 이벤트 광장에서 진행한 ‘아리땁다, 아리수’ 팝업스토어다.
주로 백화점과 성수동 일대이던 팝업스토어의 무대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과 북촌, 사람이 붐비는 공연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백화점 내 팝업은 입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팝업의 성지’인 성수동은 비용 부담과 리스크가 커졌다.
입욕제로 유명한 러쉬코리아는 지난달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6’에 참여해 이동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향기로운 공간으로 꾸미는 ‘프레쉬 워시룸’ 팝업을 운영했다. K뷰티 대표업체인 에이피알의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는 미국의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에서 팝업을 운영했다. K팝을 접목해 ‘노래방 체험존’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팝업스토어가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마케팅 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팝업은 정식 매장을 열기 전에 반응을 검증하는 ‘저비용의 테스트 베드’다. 정식 매장을 열려면 임차 계약, 인테리어, 인력 채용 등 매몰 비용이 크지만, 팝업은 2주~한 달 안에 실제 소비자 반응(대기시간, 구매 전환율, SNS 반응)을 데이터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용 가치가 커지고 있다.
팝업은 단기간에 브랜드의 이미지 좌표를 이동시키는 마케팅 도구이기도 하다. 특히 낡고 고루한 이미지의 백화점, 금융, 제조업 브랜드가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만들 때 정규 광고 캠페인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문화유산 복원 공간 ‘더 헤리티지’에서 BTS 팝업을 연 사례가 대표적이다.
너무 많은 팝업이 열리면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경계 섞인 진단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어디에 팝업을 열까라는 질문을 넘어 어떤 콘셉트와 서사를 갖추고 어떻게 판매와 매출로 이어지도록 할지에 관한 정교한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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