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3일 18: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제도 도입 20년이 지난 사모펀드(PEF)가 일부 대형 거래와 사건 위주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된 탓에 제대로 된 객관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제기됐다. 홈플러스 사태 등 개별 사례에 매몰돼 실질적 역할에 대한 공과를 논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개별 투자 성패가 PEF라는 투자 주체의 문제로만 단순 환원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지평의 이행규(사진)·안중성·정원혁 변호사는 서울대 금융법센터가 발간한 법률저널 ‘BFL(Business·Finance·Law)’ 136호에 게재된 ‘PEF의 기능과 역할 - 재평가의 필요성’ 논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BFL 136호는 PEF 도입 20주년을 맞아 PEF 규제와 개선 방향을 다룬 특집호로 꾸며졌다. BFL 편집위원은 국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들과 대형 법무법인 인수합병(M&A)·기업자문 변호사들로 구성돼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PEF에 대한 비판은 대체로 ▲단기 수익 실현을 위한 과도한 배당·레버리지(차입) 활용 ▲구조조정 단행으로 고용 불안 초래 ▲기업 지배권 분쟁 심화 등으로 나뉜다. 저자들은 PEF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담론이 형성된 데에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PEF 거래는 비공개적 성격이 강해 외부에서 전체 맥락과 장기적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구조조정이나 경영권 인수 같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표출되는 고용 감소나 갈등 요소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에 일부 대형 거래에서 발생한 사회적 논란과 과거 금융 사고를 계기로 형성된 사모펀드(정확하게는 헤지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이 결합되면서 특정 사례가 산업 전반의 일반적 속성으로 확장·일반화되는 경향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이 같은 ‘사건 중심 담론’이 PEF의 기능과 역할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개별 거래의 성패나 사회적 파급 효과는 기업의 재무 상태, 산업 구조, 거시 경제 환경, 규제 조건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이를 PEF라는 투자 주체 자체의 본질적 문제로 단순 환원하는 경향은 바람직한 정책적·규범적 논의를 전개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후 규제 중심의 PEF 규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특히 개별 사건에 대응하는 사후적 규제가 강화될 경우, 장기 투자와 위험 감수를 전제로 하는 PEF의 제도적 특성은 크게 위축될 수 있고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적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며 “사건 발생 이후의 규제 대응은 개별 문제 해결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제도 전반의 기능과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과잉금지 원칙이나 비례성 원칙에 반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동시에 업계의 자율규제를 확대하고 사회적 책임을 내재화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적 규제만으로는 복잡한 PEF의 거래 구조와 투자 전략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계 내부에서 형성되는 자율 규범과 표준 정립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저자들은 “표준 정관, 투자 가이드라인, 이해상충 관리 원칙, ESG·사회적 책임투자 지침 등에 관한 업계 공통의 기준을 정비함으로써 최소한의 행위 규범과 시장 표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업계 차원에서 책임 투자 원칙이나 PEF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마련하는 등 사적 자치에 기반한 책임성을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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