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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계좌도 시대를 반영합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였지만, 이제는 S&P500 등 미국 시장 대표지수형 ETF와 국내 반도체 ETF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70대 이상 투자자가 가장 많이 담은 ETF는 인공지능(AI) 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였습니다. '노후 자금은 안전하게 굴려야 한다'는 공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노후 자금 절반이 ETF로
국내 대표 퇴직연금 사업자인 미래에셋증권의 확정기여(DC)형·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모든 연령대에서 ETF 투자 비중이 50% 안팎까지 올라왔습니다. 2024년만 해도 30~4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 만에 위상이 크게 달라졌죠. ETF가 퇴직연금 투자의 핵심 수단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ETF를 활용한 세대는 40대였습니다. ETF 투자 비중이 60.4%로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50대(58.2%), 30대(57.7%), 60대(50.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까지 30%대에 머물렀던 20대와 70대 이상도 각각 49.4%, 48.5%로 높아졌습니다.
40대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한창 경제활동이 활발한 시기인 데다 퇴직연금 적립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연령대인 만큼 ETF를 적극 활용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채권 인기 시들…주식이 빈자리 채웠다
어떤 ETF를 담았는지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2024년만 해도 연령대별 인기 상품에는 채권형 ETF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50대부터 70대까지 가장 많이 보유한 ETF는 'TIGER 25-10 회사채(A+이상)액티브'였습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뚜렷했습니다.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주식형 ETF가 채권형 상품의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연령대별로 가장 많이 보유한 ETF 상위 1~5위 중 순수 채권형 ETF는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대신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국내 대표지수, 국내 반도체 ETF 등이 순위권에 대거 포함됐죠.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은 채권혼합형 ETF로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띕니다. 특히 국내 반도체 투톱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를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았습니다.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이 30·40·50·60대의 인기 상품 순위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성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가져가려는 투자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만 담던 연금…K반도체에 베팅
투자 대상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2024년 연령대별 상위 ETF를 보면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미국 장기채 등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테마형 ETF도 'TIGER 미국테크TOP10INDXX' 등 미국 기술주 상품이 유일했죠. '퇴직연금은 미국 투자'가 기본 공식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국내 주식형 ETF가 속속 순위권에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코스피200 지수와 국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ETF가 여러 연령대의 인기 상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대와 30대 퇴직연금 계좌의 보유 금액 5위는 각각 'TIGER 200'과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이었습니다. 40대 계좌에서도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3위) 'TIGER 200'(4위) 'KODEX 200'(5위)이 순위권을 차지했습니다. 60대와 70대 계좌에서는 'TIGER 반도체TOP10'이 각각 2위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물론 미국 대표지수 ETF의 인기도 꾸준합니다. 올해 20대부터 60대까지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ETF는 'TIGER 미국S&P500'이었습니다. 미국 시장에 장기 투자하는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국내 증시 반등과 AI·반도체 산업 성장 가능성까지 함께 담으려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2030은 S&P500…70대는 AI ETF 선택
연령별 투자 성향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는 미국 대표지수 ETF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S&P500과 나스닥100 ETF가 대부분 연령대에서 상위권을 유지했고, 특히 20~30대는 미국 지수 ETF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자산을 불려 나가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반면 70대 이상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70대 이상 가입자의 퇴직연금 계좌가 가장 많이 보유한 ETF는 'TIME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였습니다. AI 산업에 액티브 전략으로 투자하는 ETF를 가장 많이 선택한 것입니다. 5위에는 2045년을 은퇴 목표시점으로 설정한 'TIGER TDF2045적격'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실제 은퇴 시점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공격적인 자산배분을 유지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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