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대를 졸업한 뒤 멕시코 광산회사 간부로 일하던 30대 중국인 남성이 국제 마약 조직의 핵심 인물로 변신했다가 미국으로 송환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13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중국인 장즈둥(39)은 2010년 베이징대 스페인어학과를 졸업한 뒤 멕시코로 건너가 중국계 광산회사에 취업했다. 회사에서 고위직까지 오른 그는 현지 협상과 사업 능력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회사는 2013년 파산했고, 장씨는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1~2년이 지나자 장씨는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베이징대 동문들에게 달러를 유리한 환율로 환전해주겠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인들은 당시 장씨가 돈세탁에 관여하고 있다고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장씨는 2016년 6월부터 대규모 마약 밀매·자금세탁 조직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서 고위급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엔리케(가명)는 장씨가 조직 내부에서 '펜타닐의 왕', '왕 형님'으로 불렸다고 전했다. 그는 장씨에 대해 "정말 중요한 사람이었다. 최고였다"고 말했다.
장씨는 카르텔 두목 중 한 명의 여성 친척과 연인 관계를 맺으면서 조직 핵심부에 빠르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에서 펜타닐 전구체를 조달해 멕시코에서 생산·유통하는 공급망 구축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씨의 영향력은 체포된 이후에도 드러났다. 한 카르텔 조직원은 장씨가 붙잡힌 뒤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경로를 구축해야 했다"고 말했다. 엔리케 역시 "장씨가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증언했다.
멕시코 당국은 장씨가 코카인 1000㎏ 이상, 펜타닐 1800㎏ 이상, 필로폰 600㎏을 수출·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마약 판매 수익은 1억5000만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BBC는 장씨가 미국 뉴욕 법정에 출두했을 때 토드 블랜치 당시 미국 법무부 차관이 그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마약 밀매업자 중 한 명"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한편 장씨는 2024년 10월 멕시코에서 체포된 뒤 탈주극을 벌였다. 멕시코 법원은 그를 교도소에 수감하는 대신 가택연금을 명했고, 장씨는 자택 벽에 구멍을 뚫어 탈출했다. 그는 전용기를 이용해 쿠바를 거쳐 러시아 국경까지 이동했지만 위조 서류가 적발돼 쿠바로 돌려보내졌다. 이후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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