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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은 준비해 두셨나요?”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을 불편해한다. 유언은 죽을 때가 돼서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속설계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유언은 임종 직전에 하는 마지막 당부가 아니라, 유언자가 사후의 재산관계와 신분관계를 정하는 법률 행위다. 유언으로 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으로 재산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정하는 유증, 자신의 친자임을 확인하는 인지, 상속재산을 기부하는 재단법인의 설립 등이 있다.
유언의 효력은 유언자가 사망해야 발생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고, 유언자의 생전엔 아무런 효력이 없다. 따라서 유언자는 생전에 언제든지 유언을 철회할 수 있다. 유언을 한 후에 이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면 그 저촉된 부분의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본다. 즉, 유언자는 사망하기 전까지 언제든지 유언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새롭게 작성할 수 있다.
A는 평소 자녀 B에게는 상가 건물을, 자녀 C에게는 주식·예금 등 금융자산을 물려주겠다고 말해왔다. A는 이러한 본인의 생각이 사후에 분쟁 없이 실현될 수 있도록 유언장을 작성하고 그 내용을 자녀들에게 전했다. 자녀 B는 본인이 상가 건물을 유증받게 된 것이 확정됐다고 생각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A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명절에도 잠깐 얼굴만 비추는 등 이전보다 A를 훨씬 소홀하게 대했다.
A는 B를 괘씸하게 여기고 상가 건물을 B에게 유증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상가 건물을 좋은 조건에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에 A는 위 상가 건물을 매각하고 위 상가 매각대금 중 상당 부분을 소비했다. 그다음 나머지 매각대금은 C에게 주기로 한 예금계좌에 입금했다.
A가 지병으로 사망하자 B와 C는 A가 작성한 유언장을 집행하려 했다. 그런데 B에게 주려던 상가는 이미 매각돼 B가 유증받기로 한 재산이 사라진 상황이다. B는 상가 건물은 매각됐지만 그 대가에 해당하는 매각대금은 자신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C를 상대로 유증받은 금융자산에서 A가 입금한 상가 매각대금 잔액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C는 B의 요구에 응해야 할까?
유언장 내용과 저촉되는 행위를 하면?

A는 상가 건물을 B에게 주겠다는 취지의 유언을 했지만, 유언은 A가 사망할 때까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철회할 수 있다. B에게 상가를 주겠다는 유언은 언제든지 번복할 수 있다. A는 유언장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법으로 이를 번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언장 자체를 수정하지 않더라도 B에게 상가를 유증하는 것과 저촉되는 행위를 하면 그 저촉된 부분의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109조).
위 사례에서 A는 B에게 주기로 한 상가 건물을 임의로 처분하고 그 대금을 소비했다. 이는 A가 기존 유언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것으로서 A가 B에게 상가 건물을 주겠다고 한 부분의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B는 상가 건물의 처분대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C는 금융자산 중 남아 있는 상가 매각대금을 B에게 지급할 필요가 없다.
위 사례와 달리 A가 상가 건물의 처분대금에 대해서도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A와 B의 관계가 유언 전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됐고, A가 상가 건물을 처분한 대금을 C에게 유증하기로 한 계좌 이외의 별도 은행계좌에 입금하고 관리하면서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B와 C에게도 상가 건물의 매각 사실과 그 처분대금을 B에게 유증한다는 취지로 말해온 사실 등이 확인된다면, A가 상가 건물을 처분한 것을 유언에 저촉되는 행위로 보지 않고 B에게 상가 건물의 처분대금을 유증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해석은 어떤 사안에 관해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었지만, 그 사안에 관해 어떤 내용의 의사를 가졌을 것인지를 보충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즉 유언장에는 A가 B에게 유증하기로 한 상가 건물이 생전에 이미 처분되어 존재하지 않는 경우 그 처분대금을 누구에게 귀속시킬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A가 이 상황에서 어떤 내용의 의사를 가졌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법관이 보충해 해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검토하고 사후에 유언장의 법률효과를 조정하게 된다.
“상속관계는 지속 수정·보완해 가야”

최근 대법원은 망인이 유증목적물인 부동산의 매매계약 체결 당시 췌장암 말기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그로부터 19일 후 사망한 사례에서, 유증의 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보충적 해석을 통해 그 처분대금에 유언의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유언증서 및 매매계약서 작성 경위와 시기, 당시 망인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해 보면, 망인에게 상속인들로 하여금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는 이 사건 유언증서에서 정한 비율에 따라 상속하게 하되, 이와 달리 그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매매대금을 다시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하게 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4다260146 판결).”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망인이 그 매매대금을 수령해 생활비, 병원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다거나 타인에게 증여하는 등 기존 유언과 달리 처분하려고 한 사정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다만 이 대법원 판결과 달리, 이번 사례의 경우 망인이 사망하기 오래 전에 상가 건물을 처분했고, 그 처분대금 중 상당액을 스스로 소비했을 뿐 아니라 매각대금 중 나머지 금원을 다른 자녀 C에게 유증하기로 한 은행계좌에 입금했다. 보충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상가 건물의 처분대금에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유언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률이 당연히 승계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A가 상가 건물을 임의로 처분한 것이 아니라 옆 건물의 화재로 소실된 경우다. 유증에는 물상대위성이 있기 때문에 유증목적물이 멸실·훼손되는 등으로 인해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생긴 경우 그 권리를 유증의 목적물로 본다(민법 제1083조). 따라서 만약 상가 건물이 옆 건물의 화재로 인하여 소실돼 A가 그에 따른 보상금을 취득한 상태에서 사망했다면, B는 상가 건물의 소실에 따른 보상금을 유증받게 된다.
유언이 없다면 법정상속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다. 이 경우 피상속인(유언자)의 의사에 반하거나 상속인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유언은 존재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가급적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유언을 마련한 후라면 유언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유언자의 자산 상태, 가족과의 관계, 유언자의 상속 의지 등을 고려해서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최적의 유언을 찾아갈 수 있다.
상속관계는 한 번에 결론을 내기보다는 미리 준비해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자산승계를 위한 제도에는 유언뿐 아니라 생전증여, 유언대용신탁 등 다양한 방식이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각 제도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한 상속설계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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