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폰 삭제' 박종준 前 경호처장 "尹 비호 의도 없었다"

입력 2026-07-14 13:40   수정 2026-07-14 13:49

'비화폰 삭제' 박종준 前 경호처장 "尹 비호 의도 없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 무죄를 선고받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항소심에서 “대통령을 비호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2-2부(고법판사 조진구 김민아 이승철)는 14일 오전 박 전 처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박 전 처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해 증거인멸 등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차장은 이날 공판에서 “판단이 짧았던 점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법을 어기면서까지 대통령을 비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고 밝혔다.

박 전 처장은 "문재인 정부의 과욕으로 개발한 경호처 비화폰을 정부의 통신망으로 사용했다"면서 "관련 규정 정비도 되지 않아 7급 군무원에게 기술적 사항을 물어보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처장은 30년이 넘는 공직생활 동안 법과 원칙을 앞세우고 실무자 의견을 존중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이날 "박 전 처장은 비상계엄 당시 비화폰이 소통에 사용돼 중요한 증거라는 점을 인식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화폰을 삭제했다면 이는 증거인멸의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보안 사고가 발생해 비화폰을 삭제했다는 박 전 처장을 향해 특검팀은 "촌각을 다툴 정도로 긴급한 보안 사고가 없었음은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평균적인 법 상식에 근거하면, 내란 범죄를 입증하는 중요 증거 확보의 필요성이 보안 조치의 필요성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결론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거인멸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박 전 처장 측은 특검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비화폰 삭제 행위는 보안 유지 등 직무 수행 과정서 이뤄진 업무처리이며, 박 전 처장은 실무진의 판단에 따랐다는 것이다. 박 전 처장이 삭제한 통화 내역이 내란 범죄를 입증하는 중요 증거라는 특검팀을 향해 박 전 처장 측은 "증거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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