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한국을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의 핵심 시장으로 보고 기업용 AI 사업 확대에 나섰다. 컴퓨팅 인프라와 AI 모델, 업무용 에이전트, 광고·마케팅을 하나로 연결해 국내 기업의 내부 혁신과 매출 성장을 함께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14일 서울에서 '구글 AI 포 비즈니스 2026'을 열고 기업용 AI 기술과 국내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구글코리아의 '구글 마케팅 라이브'와 구글 클라우드의 '구글 클라우드 AI 라이브앤랩스'를 통합한 첫 행사로,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윤구 구글코리아 사장은 "AI 전환기 한국은 테스트만을 위한 국가가 아니다. 전 세계 AI 혁신 주체들이 총집합해 진검승부를 벌이는 격전지"라면서 "한국에서 나오는 사례가 곧 글로벌 AI 혁신 사례가 될 정도로 열기와 경쟁 강도가 치열하다. 구글 본사에서도 한국을 기술 혁신을 증명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내세운 핵심은 컴퓨팅 인프라와 AI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합한 '풀스택 AI'다. 기업이 여러 기술을 따로 조합하지 않고도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 과정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루스 선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사장은 "통합된 AI 스택은 기업이 전원을 켜듯 곧바로 AI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며 "컴퓨팅 인프라와 AI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용 플랫폼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보안과 기존 업무 시스템 연동,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 개인용 제미나이가 이용자의 일상을 돕는 AI 비서라면,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기업 데이터와 업무 절차를 연결하는 조직용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구글의 고객사인 삼성전자는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사내 정보에 접근하는 '보안 게이트웨이'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복잡한 업무 흐름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맞춤형 멀티스텝 AI 에이전트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루스 선 사장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기업 데이터에 안전하게 접근하기 위한 게이트웨이로 이미 활용하고 있다"며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던 기존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일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계약한 뒤 실제 가동하기까지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도입 이후에도 매일 여러 차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무엇이 좋은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어떻게 더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객사인 CJ올리브영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유통 사업 운영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非기술 직군의 상품기획 담당자들은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는 맞춤형 마케팅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 매장 직원들은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 입력을 활용해 재고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한다.
루스 선 사장은 "CJ올리브영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유통 운영의 핵심 영역에 통합하며 'AI 퍼스트'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운영 효율을 높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한국의 빠른 AI 수용 속도에도 주목했다. 윤 사장은 국내 기업의 AI 도입 수준에 대해 "굉장히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만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얼리어답터가 돼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하려는 열망과 호기심이 큰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장모님이 제미나이의 열성 이용자라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장모님이 제미나이의 열성 팬인데 제게 항상 토큰(AI 사용량 단위)이 부족하다고 항의한다. 상상하지 못했던 이용 사례들이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범용 AI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데이터와 업무 노하우를 결합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사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AI를 도입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한국에서는 AI를 이용해 어떻게 일을 더 많이, 더 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태도가 훨씬 앞선다"고 말했다.
구글에 따르면 구매 과정에서 AI 챗봇을 이용한 한국 소비자의 75%는 더 깊이 조사하기 위해 기존 검색 도구로 돌아갔다. AI를 쓰는 소비자는 구매 과정에서 평균 12개의 접점을 거친 반면, AI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는 5.4개의 접점을 이용했다.
윤 사장은 "AI 요약이 초기 조사 시간을 줄인 것은 맞지만 답을 얻는 것과 구매를 결정할 만큼 확신을 갖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며 "브랜드는 소비자가 거치는 모든 접점에서 신뢰할 수 있고 검증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는 마케팅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며 "구글 클라우드가 기업의 내부 운영을 혁신한다면 광고 사업은 그 역량을 소비자와 연결해 실질적 매출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