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계기로 자금조달과 글로벌 인재 확보, 거버넌스 혁신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에너지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며 향후 100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1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미국 테크 전문 플랫폼 '식스파이브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재무적 선택지 확보와 경영구조 개선, 투자 기회 확대 등 3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주식이 거래되기 때문에 새로운 인재를 유치할 수 있고, 주식을 활용한 새로운 기회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주주들이 새롭게 참여함에 따라 거버넌스 체계 역시 재정비했다"며 "이제 단순한 한국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고 이에 적합한 새로운 거버넌스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미국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여러 AI 스타트업에도 접근할 수 있다"며 "하이엔드 메모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AI와 에너지 분야까지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이 글로벌 AI산업 리더가 된 것은 숱한 역경에 맞서 도전한 결과라고 술회했다. 최 회장은 "37세 때 회장이 됐는데, 제 아버지께서 언제나 한 가지 원칙을 가르쳐주셨다"며 "살다 보면 많은 위기를 마주하지만 피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위험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도전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도전한다"며 "SK하이닉스는 거의 15년간 메모리 사업에 도전해왔고, 범용 상품으로 여겨지던 메모리 제조업을 지금의 전략 산업으로 변화시켜왔다"고 말했다.
현재 인공지능(AI)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함께 기술적 돌파구를 찾아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반도체 가격이 너무 높고 공급도 충분하지 않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공급 능력을 확대하려면 일정한 리드 타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약 1000조원을 투자해 총 15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더 낮은 비용으로 운영되면서 더 효율적으로 토큰을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AI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데 집중하려 한다"며 "이를 위해 모든 파트너와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처음 1조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웠을 때는 저도 이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AI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AI에는 매우 큰 비용이 들고, 일정 규모 이상의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메모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 시점인 향후 5년간 가장 우려하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정학적 위험을 꼽았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건이 에너지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며 "AI가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짧은 기간이라도 성장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두 번째는 자금"이라며 "충분한 자금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거대한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 회장은 ADR을 통해 SK하이닉스의 질적 도약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피력한 바 있다. 그는 "ADR 상장은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 데 훌륭한 카드가 된다"며 "스톡옵션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세계 핵심 인재를 끌어올 것"이라고 앞서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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