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표' 상표권 매각 놓고 갑론을박…동화약품 지배구조 도마 위에

입력 2026-07-15 09:27   수정 2026-07-16 17:27

'부채표' 상표권 매각 놓고 갑론을박…동화약품 지배구조 도마 위에

이 기사는 07월 15일 09: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피 상장사 동화약품은 지난해 3월 '부채표'를 포함한 상표·디자인권 270여 건을 최대주주 개인회사에 팔았다. 매각가는 91억8000만원. 상대는 디더블유피홀딩스(DWP홀딩스)였다. 이 거래를 두고 최근 일부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 상징과도 같은 자산을 최대주주 개인회사에, 그것도 낮은 가격에 넘긴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DWP홀딩스는 동화약품 최대주주다. 이 DWP홀딩스 지분 100%는 윤인호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나눠 갖고 있는데, 그중 윤 대표 개인 지분이 60%로 단독 최대주주다. 이번 거래는 상장회사인 동화약품이 자사의 핵심 상표권을, 대표이사 본인이 과반 지분을 쥔 개인회사에 넘긴 구조다. 매각 이후 DWP홀딩스는 상표 사용에 따른 브랜드 수익을 거두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기준 5억원 수준이다.지주회사가 계열사 상표권을 보유하는 구조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다. 다만 통상적인 지주회사는 원래 하나였던 사업회사에서 투자 부문만 떼어내 분할하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이 경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는 원래 한 몸이었고, 상표권도 애초에 그 회사가 갖고 있던 자산이 그대로 옮겨간 것에 가깝다. 반면 DWP홀딩스는 동화약품에서 분할돼 나온 회사가 아니다. 윤인호 대표가 임원이던 2019년 개인적으로 새로 설립한 회사이고, 이후 이 회사를 발판 삼아 동화약품 지분을 늘려가며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원래 한 몸이었던 회사가 둘로 나뉜 게 아니라, 애초에 별도로 세워진 회사가 거꾸로 모회사의 지분과 자산을 흡수해 들어간 셈이다.
이 가운데 일부 주주들이 문제 삼는 대목은 매각가와 부채표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매출 규모 사이의 간극이다. 일례로 대표 상표인 부채표를 단 활명수류 제품의 매출은 연 800억원대로, 동화약품 전체 매출의 약 18%를 차지한다. 부채표는 1910년 8월 특허국에 등록돼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한국 최초의 등록상표로 인정받은 상표다. 매각대금 91억8000만원은 활명수류 한 해 매출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매각가가 적정했는지를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상표권은 객관적으로 참조할 만한 '시세'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서다. 별도의 평가 방법론을 통해 개별적으로 가치를 산정해야 하는데, 어떤 가정과 방법론을 썼는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등록상표이자 창업 이래 130년 가까이 회사의 정체성 그 자체였던 부채표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지금 가격이 그 이상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는 최근 스킨케어 브랜드 '후시덤'과 '후시다인 더마 트러블'을 다이소 등 채널에 출시하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고, 차음료와 퍼스널 건강케어 브랜드 '배러(BETTER)' 등 신사업도 벌이고 있다. 베트남 약국체인 중선파마를 통한 헬스앤뷰티 사업 확장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화장품·음료 영역으로 사업이 넓어질수록, 부채표 상표권이 갖는 가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넘어간 상표권이 전체 사업에 다 쓸 수 있는 포괄적 권리라면 신사업이 커질수록 부채표를 쓸 일도 늘어날 텐데, 그때 생기는 브랜드 가치는 동화약품이 아니라 DWP홀딩스가 가져가는 구조가 된다.

이에 대해 동화약품 측은 "상표권 이전은 그룹 차원에서 브랜드를 보다 일관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자산 재편의 일환"이라며 "상표권 가치는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를 거쳐 브랜드의 수익성, 사용 현황, 향후 수익 창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정했다"고 밝혔다.

동화약품의 지난해 매출은 약 4964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억6000만원으로 전년(134억원) 대비 98% 이상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299억원에서 2023년 188억원, 2024년 134억원으로 매년 줄어드는 흐름을 보여왔는데, 베트남 약국체인 중선파마 인수에 따른 적자 반영과 판관비 증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시가총액은 약 1400억원으로, 순자산(약 4014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시가총액이 순자산보다 낮게 형성되는 건 드물지 않지만,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건 시장이 이 회사의 자산가치를 절반 이상 할인해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통상 수익성이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낮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동화약품은 1897년 설립된 국내 최초 근대식 제약기업으로, 까스활명수·후시딘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 이후 윤창식·윤광열·윤도준 회장으로 이어지는 오너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으며, 지난해 3월 윤도준 회장의 장남인 윤인호씨가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4세 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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