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가 올해 상반기 외국인 고객 대상으로만 1조7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올리브영, 다이소 등이 방한 관광객 증가와 K콘텐츠 인기로 수혜를 입었다며 집중 조명됐지만 백화점들도 외국인 소비 증가에 힘 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외국인 소비가 명품을 넘어 패션과 뷰티, 미식으로 확산하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총 1조7200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이 64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세계백화점 5800억원, 현대백화점 약 5000억원 순이었다. 3사 모두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외국인 연간 매출이 조 단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상반기 외국인 매출 6400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상반기만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7348억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이달 중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3분기에 외국인 매출 1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고객의 해외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30%, 패션 매출은 135% 증가했다. 명동에 위치한 본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약 30%에 달했으며,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 늘었다.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의 경우 전체 매출 중 외국인 비중이 약 70%를 차지했다.

외국인 쇼핑 수요는 명동을 넘어 잠실과 부산 등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롯데타운 잠실의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120% 증가했고 부산 본점은 150%, 롯데몰 동부산점은 17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증가한 5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약 6500억원의 90%에 해당하는 규모다. 외국인 소비의 국적과 상품군도 다양해졌다.
신세계백화점 외국인 매출에서 중국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7.5%에서 올해 상반기 48.5%로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고객 비중은 1.1%에서 19.1%, 동남아시아 등 기타 아시아 지역은 4.4%에서 14.9%로 높아졌다.
상품별로는 명품 매출이 129.3% 증가했고 남성 패션 110%, 여성 패션 89.4%, 화장품 87.3%, 식음료가 62.9%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명품에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K패션과 K뷰티, 한국 음식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은 상반기 외국인 매출 약 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이 약 7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반년 만에 지난해 실적의 70% 이상을 달성한 셈이다.

특히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 고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더현대 서울의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현 추세라면 올해 외국인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업계는 외국인 매출 증가가 단순히 방한 관광객 수 회복에 따른 일시적 현상만은 아니라고 본다. 글로벌 자유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백화점이 쇼핑뿐 아니라 K팝과 패션, 뷰티, 미식을 한 곳에서 경험하는 관광 목적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고객을 붙잡기 위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인공지능(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 글로벌'에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을 추가하고 영어·중국어·일본어에 이어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지원을 시작했다. 태국 시암피왓그룹, 일본 한큐백화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와 맺은 VIP 제휴도 중국과 유럽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중국 고덕지도와 따종디엔핑 등에 공식 채널을 열고 오는 9월 유니온페이와 협업해 QR 및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를 도입한다. 신세계백화점은 한국관광공사와 서울관광재단 등과 협업해 미주·유럽·대만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고 글로벌 결제 플랫폼별 맞춤형 프로모션을 강화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 품목이 명품에서 국내 패션과 뷰티, 식음료 등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외국인 고객이 백화점의 주요 성장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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