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코엑스' 재검토…컨벤션 대신 오피스타운 되나

입력 2026-07-14 18:38   수정 2026-07-15 00:57


서울 은평구 옛 국립보건원 부지에 추진되던 ‘서울창조타운’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지난해 일부 부지 매각이 무산된 뒤 서울시는 기존 조건을 접고 새로운 개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오피스 빌딩과 호텔 등 일자리 창출 시설 설립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14일 서울시와 은평구 등에 따르면 시는 이 부지 매각과 관련해 기존 입찰 조건을 유지하지 않기로 하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매각 방향을 아직 정리하지 않았지만, 유찰된 땅이라 기존 조건대로 하지는 못하고 다른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지는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서울시 최대 시유지다. 전체 면적이 약 11만㎡(약 3만3000평)에 이른다. 서울시가 정부로부터 부지를 사들인 뒤 2015년부터 사회적기업과 시민단체가 입주하는 서울혁신파크로 운영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2년 말 이곳에 업무·주거·상업 기능을 결합한 ‘직(職)·주(住)·락(樂) 융복합도시’를 짓겠다는 서울창조타운 계획을 발표했다. 일자리 업무공간과 미래형 주거단지, 상업·문화시설을 함께 넣어 ‘코엑스급’ 복합단지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이었다.

서울창조타운은 오 시장이 주력해온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간판 사업이기도 하다. 상업·업무 기능이 강남 등 동남권에 쏠린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서북권에 디지털미디어·영상 등 창조산업 거점을 만든다는 구상으로, 일자리 시설을 많이 넣는 사업자에게 공공기여 부담을 덜어주는 ‘균형발전형 사전협상제’의 1호 적용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시는 이 사업의 개발 방식으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했다. 시가 직접 개발하는 대신 부지를 민간에 팔고, 땅을 산 사업자가 복합단지를 짓겠다고 했다. 개발의 첫 단추가 매각인 셈이다. 그러나 매각이 순조롭지 않았다. 시는 지난해 2월 부지 가운데 일부인 4만8000㎡를 4545억원에 매각하는 공고를 냈지만, 두 달 뒤 마감된 입찰에 나선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4500억원이 넘는 땅값에 더해 계약일로부터 3년 안에 개발계획을 내고 남은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의무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찰 이후 1년 넘게 재매각 공고가 나오지 않았다.

새 개발안의 무게 중심은 일자리다. 시와 구 모두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한 관계자는 “오피스 빌딩과 호텔 설립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애초 계획에도 주거단지가 상당 비중 포함된 만큼 주거를 비롯한 기능별 배분을 어떻게 다시 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은평구는 이 부지를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할 ‘마지막 카드’로 보고 있다. 은평구에는 대기업 사옥과 컨벤션, 특급 호텔 등이 단 한 곳도 없다. 재정을 쓸 곳은 많은데 세수를 늘릴 기반이 없다 보니 기업과 상업·문화시설을 끌어올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이 부지뿐이라는 인식이 크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지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자체 개발 구상을 내놨다. 이 부지에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한 2만 석 규모 첨단공연장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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