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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주 하락은 증시 랠리의 고점 신호일까, 건강한 조정일까.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기에 쏠려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코스피지수가 5% 넘게 요동치는 탓에 개미들의 '패닉셀'도 거세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조정장은 기술 격변, 금리 상승, 중국의 추격이라는 세 가지 면에서 작년 1분기와 '닮은꼴'"이라며 "단기 시세 변동이라는 '인기투표'에 흔들려 패닉셀을 하기보다, 결국 기업의 가치라는 '체중계'를 믿고 긍정론에 베팅하는 게 실익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IMF 사태부터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30년 가까이 한국 증시의 온갖 풍파를 현장에서 지켜본 전문가다. 그가 바라본 한국 증시의 현주소는 어떨까. 다음은 인터뷰 전문.
▶AI 내러티브는 여전한데, 최근 코스피가 극심하게 조정받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I 성장 스토리와 투자는 상당히 다른 영역입니다. 기술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건 피지컬의 영역이고, 주식은 이같은 기대를 현실보다 빨리 반영하기 때문이죠. 1999~2000년 닷컴버블 때도 그랬습니다. 닷컴 주식을 샀던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게임, 쇼핑 등이 모두 가능한 세상을 꿈꿨고 실제로 현실화됐지만,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별로 없었습니다. 야후, 엠파스, 라이코스 등이 각광받았지만 결국 승자는 구글이었죠. AI가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긴 하지만, 주가는 이미 먼 미래의 변화까지 반영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미 주가에 많이 선반영됐다는 뜻인가요.
"지금으로서는 '모른다'가 정확한 답변일 듯 합니다. 그런데 크게 보면 지금의 변곡점은 과거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2023~2024년 챗GPT 출시 이후 AI는 '학습'의 시대였습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이 메인이 돼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죠. 그 다음 단계인 '추론'으로 가면서 작년 1분기 무렵 시장에 큰 균열이 있었습니다. 당시 나스닥이 26.8%나 떨어졌고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도 각각 43.4%와 28.3%나 급락했죠. 엔비디아의 주력 칩이 H200에서 블랙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논란과 불확실성이 많았습니다. 현재 엔비디아가 블랙웰에서 베라루빈으로 전환하면서 에이전틱 AI로 향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대외적 상황도 그때와 비슷해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작년 트럼프 정부가 관세 인상을 시사하면서 금리가 상승했는데, 지금도 금리가 오르고 있죠. 당시 중국 딥시크가 '저렴한 AI'를 표방하며 시장을 뒤흔든 것과 최근 GLM이 나온 것도 유사합니다. 다만 지금 상황이 조금 더 도전적인 건 미국 매그니피센트(M7) 주가에 비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주식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률 70%라는 폭리를 취해도 되는 건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가 계속 늘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죠. 물론 이 걱정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가 나타나는 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그럼 투자자들은 지금의 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지금 투자자들의 걱정은 모두 정당하지만, 이게 확정된 악재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투자자는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죠. 하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조정받으면서 악재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본래 부침이 심한 시클리컬(경기순환) 산업입니다. 2021년 빅 사이클 당시, 애널리스트들이 삼성전자의 2023년 영업이익을 69조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6조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익이 급감했을 때도 주가는 반토막까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벌써 30% 넘게 밀렸죠. 7월 말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 발표를 보면 분명해지겠지만, 6월 오라클의 CAPEX 증액 발표나 이달 10일까지의 반도체 수출 지표를 보면 한 달 만에 서사가 완전히 나쁜 쪽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현재 상황이 나쁜 쪽에 베팅하는 것은 실익이 별로 없다고 봅니다."
▶작년과 상황이 비슷하다면 다시 증시가 랠리를 펼칠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시 엔비디아 주가가 130~140달러에서 90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이후 200달러까지 갔습니다. 결국은 기업의 실적에 달려있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로서는 '안 가본 길'이기 때문에 2~3년 후 거대한 기대치를 갖기보다는 당장 보이는 6개월~1년의 현실로부터 확장해나가야 합니다. 주가는 세상의 변화보다 훨씬 더 변동성이 심하니까요."
▶그럼 단기적으로 어떤 지표를 눈여겨보아야 할까요?
"1차적으로는 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가 꺾이는 시점을 봐야 합니다. 올해 실적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가 안 되고, 내년 이익 기준으로는 4배입니다. 수치상으론 너무 싸죠. 과거 시클리컬의 기억 때문에 '이익이 10분의 1 토막이 나면 4배가 아니라 40배가 될 수 있다'는 공포도 깔려있지만, 과거와 분명히 다른 점은 장기 고정 공급 계약이 많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단기 스팟(현물) 가격보다 조금 낮게 계약하더라도 장기 판매 물량을 확보하면 과거처럼 영업이익이 고꾸라지는 리스크는 줄어들 겁니다."
▶또 유심히 봐야 할 지표가 있을까요?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도 자세히 눈여겨봐야 합니다. 특히 금리는 지금 AI 반도체를 사들이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칩을 샀지만, 이제는 회사채를 발행해가면서 사고 있죠. 구글이 100년 만기 초장기 채권을 발행한다고 했을 때 돈이 몰렸지만, 이달 아마존의 회사채 발행 때는 열기가 다소 식었습니다. 모두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입니다."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차 제기되는데요.
"연간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미국의 성장률 컨센서스도 올해 초 2.5~2~6%에서 현재 2%대로 낮아졌고, 인플레이션 압박도 완화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의 전망이 어긋나서 금리가 계속 올라가게 된다면, 주식이라는 자산군 전체가 큰 부담을 받게 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4.6~4.7% 선에서 유지되는지를 봐야 하고, 5%까지 치솟는다면 시장이 흔들릴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에게 조언하실 부분이 있다면요.
"지금은 가격을 보지 말고, 기업을 볼 때입니다. 시장은 장기적으론 합리성에 수렴하지만, 매일매일 합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케인즈가 이렇게 말했죠. 단기적으로 주가는 인기투표와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과 가치를 가늠하는 일종의 체중계라고요. 현재는 패닉셀과 같은 비합리적인 행동 때문에 변동성이 큰 상황이지만, 결국에는 기업이 가진 가치에 수렴하게 될 겁니다."
▶레버리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레버리지는 안 하는 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레버리지를 하게 되면 단기 매매를 반복하면서 중장기적인 우상향 서사의 수혜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2021년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까지 간다고 했다가 5만원까지 밀렸지만, 결국 3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몇 년간 고생한 게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당히 나쁜 가격에 샀더라도 시간을 감내한 이에게는 보상을 해준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레버리지로 단기 차익을 노리다 보면 타격도 크고, 음의 복리 효과 등으로 돈의 내구력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시장이 흔들릴 때 개별 주식을 팔고 지수 투자로 갈아타는 전략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의 폭락을 피할 목적으로 갈아타는 것이라면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너무 커지다보니, 반도체가 빠지는 국면에선 지수도 함께 밀릴 수밖에 없죠.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영향으로 변동폭이 더욱 커졌는데, 시장의 펀더멘탈보다는 레버리지 매매가 증폭시킨 착시라고 봅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수 투자의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개별 종목으로 시장을 이길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입니다. 내가 기업을 잘 모른다면 주식의 최소 3분의 1 이상은 특정 섹터가 아닌 시장 전체에 분산된 패시브 상장지수펀드(지수 추종 ETF)에 묻어두는 게 좋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 종목 2500여개 가운데 1800여개의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미국도 장기적으론 상위 4% 종목이 지수를 '하드캐리'했고, 나머지 96%는 국채 수익률에 못 미쳤죠. 그만큼 시장을 이기기 어려워졌다는 뜻이죠."
▶연내 '1만피' 전망은 아직 유효한가요?
"반도체 내러티브가 살아난다면 갈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기대 수익의 폭이 원체 크기 때문에 한 달 전만 해도 금방 코스피 10,000을 달성할 것 같다가도, 지금은 꺾인 것처럼 보이죠. 결국 시장은 그 중간 어디쯤에서 균형점을 찾게 될 겁니다. 투자자들로서는 지금처럼 변동성이 클 땐 주가 등락을 일일이 들여다보기보다 시간을 견디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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