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로문화재단은 오는 8월 13일(목)과 14일(금) 오후 7시 30분, 오류아트홀에서 피그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주관으로 창작 음악극 '시인의 사랑'을 총 2회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대표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48)'을 중심으로 성악과 발레, 연극, 피아노 실연을 결합한 창작 음악극이다. 앞서 용인 포은아트홀과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였던 음악극 '겨울나그네'에 이은 두 번째 클래식 음악극 시리즈로, 독일 예술가곡을 입체적인 무대 언어로 확장하는 시도를 이어간다.
이번 작품의 대본과 연출은 연극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연출가 김문이 맡았다. 연극 '레미제라블' 음악감독, 오페라 '토스카' 연출,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연출 등을 맡았던 김문 연출가는 클래식 레퍼토리를 무대극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지난 2022년 12월 예술의전당에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음악극으로 재해석해 클래식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바 있으며, 이번 작품에는 협력연출 및 안무로 박철중이 합류해 힘을 보탠다.
음악극 '시인의 사랑'은 "슈만은 왜 '시인의 사랑'을 작곡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시인의 사랑'은 성악 독창회에서 자주 연주되는 대표 레퍼토리지만, 독일어 가사와 연가곡 형식으로 인해 일반 관객에게는 다소 진입 장벽이 높은 작품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무대는 이러한 한계를 무대적 서사로 풀어내며 슈만의 사랑과 집착, 영감, 광기를 한 편의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관객은 가곡을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인물들의 감정과 서사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경험하게 된다.
작품은 슈만이 발레 '지젤'의 주역 발레리나 막달레나를 본 뒤 그녀에게 사로잡히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슈만은 막달레나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영감'은 점차 질투와 집착의 형태로 변해간다. 막달레나가 선물한 토슈즈, 클라라가 연주하는 피아노, 그리고 슈만의 머릿속을 맴도는 노래는 서로 얽히며 예술가가 지닌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그 이면의 잔인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무대 위에는 세 개의 세계가 공존한다. 막달레나의 세계는 발레로, 클라라의 세계는 피아노로, 슈만의 세계는 피아노와 성악, 연극으로 각각 표현된다. 특히 극 중 모든 음악은 녹음 음원이 아닌 무대 위 실연으로 진행된다. 클라라 역의 피아니스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슈만의 영감 역을 맡은 성악 아티스트가 가곡들을 직접 노래하며, 발레리나는 실제 춤으로 인물의 감정을 구현하는 등 서로 다른 예술 장르가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출연진 또한 장르 융합이라는 작품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오스트리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배우 백지운이 슈만 역을 맡아 예술가의 섬세한 내면을 표현하며, 발레리나 김다은은 막달레나 역으로 아름다운 춤과 드라마를 선보인다. 성악 아티스트 김훈오는 '슈만의 영감' 역을 맡아 현장에서 '시인의 사랑'을 직접 노래하며, 막달레나의 발레 파트너 요나스 역은 이유청, 슈만의 스승이자 클라라의 아버지인 비크 역은 김동일이 맡아 극의 깊이를 더한다.
클라라 역을 맡은 피아니스트 황수지는 실연 피아노 연주를 통해 극의 서사를 주도적으로 이끈다. 황수지는 클래식 공연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쉽고 친근하게 소개하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클래식 크리에이터로, 아이돌 그룹 아일릿(ILLIT)의 사촌 언니로도 잘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작품은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극 전체의 중심축으로 삼으면서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4악장,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등을 배치해 슈만의 내면과 인물 간의 관계를 음악적으로 한층 풍부하게 확장한다. 공연의 핵심 오브제는 막달레나의 토슈즈다. 한때 사랑의 증표였던 토슈즈는 슈만의 영감에 의해 훼손되고, 이후 막달레나와 클라라를 거쳐 피아노 위에 놓이는데, 이 토슈즈의 이동은 작품 전체의 감정선을 이끄는 중요한 시각적 장치로 기능한다. 또한 무대 양쪽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는 클라라와 슈만의 세계를 상징하며 인물들의 관계와 거리감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구로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단순한 가곡 해설이나 클래식 콘서트가 아니라 성악, 발레, 피아노, 연극이 각자의 전문성을 유지한 채 하나의 서사 안에서 충돌하고 결합하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리플렛이나 자막에 의존하던 기존의 감상 방식에서 벗어나 드라마와 발레, 음악이 함께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슈만의 음악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음악극 '시인의 사랑' 예매는 구로문화재단 홈페이지와 NOL 티켓을 통해 가능하며, 구로구민 할인 등 자세한 예매 정보는 구로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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