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신속하게 입성할 수 있는 통로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올해 크게 위축됐다.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자진 청산되는 스팩이 속출하고 있다. 스팩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됐거나 관련 청산 절차를 밟는 스팩은 총 20개에 달한다. 최근 스팩의 합병 성공률은 30% 수준으로 하락했다. 2021년 이후 매년 평균 60%를 웃돌던 성공률이 반토막 났다.스팩 시장 부진의 1차적 원인은 ‘공급 과잉’에 있다. 공모주 시장이 침체기였던 2023~2024년 당시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해 스팩을 대거 상장시켰다. IB 경쟁력 강화를 내건 중소형 증권사도 스팩 상장 경쟁에 동참했다. 신규 스팩 상장 수는 2023년 37곳, 2024년 40곳에 달했다. 이때 상장된 스팩이 3년이 지나 청산 시기를 맞이했다.
반면 기업의 합병 수요는 급감했다. 올해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단 5곳이다. 현재 거래소 심사를 받는 4곳이 모두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2023년 18곳, 2024년 17곳, 2025년 15곳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공모주 시장이 중소형주 위주로 재편되면서 기업들이 스팩 합병보다 특례 제도 등을 활용한 일반 상장을 선호하게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제도 변화에 따른 증시 퇴출 기준 강화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기준 시가총액은 이달 200억원으로 높아진 데 이어 내년부터는 300억원으로 상향된다. 지난해와 올해 스팩을 통해 상장한 새내기 기업 상당수의 시가총액은 2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 4월 합병 상장한 보원케미칼의 시가총액은 현재 250억원대다.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면 내년 1월 기준이 강화됨과 동시에 상장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퇴출 대상에 오르게 된다. 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이런 리스크를 고려해 합병 후 시가총액이 최소 1000억원 이상인 기업 위주로만 합병 승인을 내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체감하는 심사 문턱이 높아지자 이에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이 스팩 합병을 포기하거나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사이에 ‘일반 상장이 어려운 한계 기업이 스팩 합병을 선택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상장 이후 주가 부양에 난항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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