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은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이란의 교량과 발전소 폭파를 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반복했는데요. 오늘 펜실베이니아에서 취재진과 만났을 때 이란의 교량 등을 공격하는 문제에 데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제대로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현재 교전 양상을 보면, 아직 결정적인 한 방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전에 하던 대로 다시 한 번 반복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이란의 주요 시설을 때리고 있긴 하지만 예를 들어 하르그섬의 정유시설이 완전히 파괴되는 상황은 만들지 않고 있고, 이란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카타르 등의 미군시설을 공격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요격되고 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이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공격하면서 시작된 이번 교전은, 말하자면 지난달 체결한 MOU에 진짜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를 둘러싼 힘겨루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MOU 내용에서 서로 애매모호하게 넘어갔던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에 관한 내용을 둘러싸고 이란은 자신이 관리하는 것이고 향후 유료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60일동안만 무료라고 했지 그 다음에는 유료라는 것인데요.
반면에 미국은 60일 동안 무료라는 임시방편으로 이란을 끌어들인 후 그대로 굳히기를 할 모양새입니다. 휴전 MOU 체결이 늦어지면서 핵협상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일단 이 부분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서 시간을 벌고, 이 기간 동안 해협 문제에 관해 이란의 입장을 철회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란은 물러서지 않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양해각서는 조항이 유효하고 이행될 때만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이 합의된 의무를 위반한다면, 우리 역시 합의를 준수할 이유가 없다”고 받아쳤습니다. 어제 이란 혁명수비대는 석유와 가스 운송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는데 이는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후티 반군을 이용해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간에 레드라인은 완전히 넘지 않으면서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양상입니다. 예컨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막으면 사우디 등 걸프국가는 진짜로 곤란한 상황에 처합니다. 미국이 하르그섬의 정유시설을 파괴하거나 이란의 발전소 등을 공격해도 이란은 상당한 타격을 입습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실제 이런 것을 행동에 옮기지는 않고 있는데요. 이 상태로 시간을 더 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 통행료 부과를 언급했다가 번복한 것도 결국 현 상황의 핵심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권한을 둘러싼 양쪽의 힘겨루기를 보여주는 것인데요. 향후 해협 통제권이 어느 쪽에 넘어가든 간에 이를 이용하는 국가들로서는 미국, 이란, 혹은 양쪽 모두에게 다 통행료 일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유국과 해운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체 운송로를 가능한 한 빨리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고요. 실제로 중동지역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년 내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운송로 투자를 시작하는 중입니다.
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가는 계속 상승세입니다. 오늘 브렌트유 1개월 선물은 배럴당 84.95달러, 서부텍사스유 1개월 선물은 79.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각각 전장 대비 0.2~0.3% 상승한 것입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