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이란 전쟁 초반 제거했다고 주장했던 알리 아스가르 헤자지 이란 최고지도자 비서실장이 생존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그의 행방에 최대 1,000만달러(한화 약 150억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던 핵심 인물인 만큼, 하메네이 사후 새 이란 권력 구도에서 헤자지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기반 독립 언론 이란와이어와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 등에 따르면 헤자지는 지난 9일 이란 마슈하드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시신 안장식에 참석했다.
헤자지가 공개 석상에 등장한 것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처음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전쟁 초반 하메네이를 사살했다고 밝히면서, 헤자지를 겨냥한 표적 공격도 단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헤자지는 장례식장에서 이란 고위 관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란 친정부 매체 자마란은 헤자지가 대미 협상 대표로 꼽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공개했다.
헤자지의 생존 가능성은 이미 지난 3월 제기된 바 있다. 미국 국무부가 이란 새 지도부의 행방에 대해 최대 1,000만달러 포상금을 내걸면서 헤자지를 수배 명단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헤자지는 이란 최고지도자실, 이른바 ‘베이트’에서 하메네이를 보좌해온 핵심 인물이다. 이란 정부 조직과 정보 당국,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간 공조를 조율하며 이슬람 신정 체제의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하메네이의 지시를 정부와 의회, 사법부에 전달하는 중개자 역할도 맡아왔다. 이 때문에 이란의 경제 정책과 외교 현안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막후 실력자'로 평가된다.
헤자지는 2015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법제화 과정에도 관여했다. 당시 JCPOA 합의안은 별도 수정안 심의 없이 20분 만에 이란 의회를 통과했는데, 이를 두고 신속한 처리를 원한 하메네이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지도부가 대거 사망한 상황에서 헤자지는 정권 내부의 몇 안 되는 핵심 생존자로 떠올랐다. 성직자 그룹과 관료 조직, IRGC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새 권력 구도에서도 영향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와이어는 "미국이 헤자지에 대해 내건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은 서방이 그를 매우 위험한 인물로 간주한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생존한 헤자지가 새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체제에서도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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