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토론회는 요식행위다."
16일 재정경제부가 부동산 세제 여론 수렴을 목적으로 열린 토론회를 본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토론이라는 것은 다양한 의견의 패널을 균형 있게 섭외해야 하는데 이번 토론회는 전혀 아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니라 보유 주택의 합산가액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줄이고, 실제 거주하는 주택을 중심으로 양도소득세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재정경제부는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진창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주택학회장),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조정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 이광수 유튜브 광수네복덕방 대표 등이 참석해 패널토론을 이어갔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수 대표는 "시장 안정을 위해 초고가 주택에 대해 보유세 실효세율을 크게 인상해야 한다"며 "초고가 주택 40억원으로 합의를 통해 (새 과표구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현 연구위원은 "주택 수보다 주택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세제 형평성에 더 맞다"며 "주택가액 기준으로 가게 되면 초고가 1주택에 대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남기업 토지거래자유소장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만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징벌적 과세가 아니다"며 "종부세는 물론 재산세도 함께 병행해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5인의 패널도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가구 1주택자에게 고령자 세액공제와 장기보유 세액공제를 합쳐 최대 80%까지 세금을 깎아주는 현행 종부세 감면제도를 개편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함영진 랩장은 “종부세의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재산세는 60%, 종부세는 80% 정도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기업 소장도 “비싼 주택을 오래 보유할수록 종부세가 크게 줄어드는 제도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낳았다”며 “비거주 1주택자의 혜택을 축소하고 주택 수가 아니라 보유 주택의 합산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거래세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패널들은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뒤 거주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해주는 양도세 혜택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충진 교수는 "실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장기보유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투기적 주택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며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 혜택을 폐지하고 실거주 장기특별공제를 도입하자"고 했다.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정은 위원장은 "15년 동안 보유한 아파트 양도차익이 40억원일 경우 실효세율은 7%에 불과한 반면 같은 40억원을 벌어들인 근로소득자의 소득세율은 30%"라며 "아파트에 오래 거주했다고 80% 공제율을 유지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함영진 랩장은 "비거주 장기보유특별공제 보유 공제 혜택을 축소해 한강벨트 고가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줄여야 한다"며 "오피스텔은 취득세를 낮춰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세제 개편 방향은 정부가 앞서 내놓은 부동산 세제 개편 구상과 거의 겹친다. 정부는 주택 수보다 가액 중심으로 종부세를 개편하는 방안과 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종부세 등의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주요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토론회 참석자 다수가 정부가 제시한 의제와 비슷한 주장을 내놓으면서 다양한 반대 의견이나 대안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 ‘답정너’ 토론회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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