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인종의 벽 넘어 "얄라!"… '73세의 완주' 전 세계 유대인을 하나로 묶다

입력 2026-07-17 05:20   수정 2026-07-17 20:06

국적·인종의 벽 넘어 "얄라!"… '73세의 완주' 전 세계 유대인을 하나로 묶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네타냐의 윙게이트 인스티튜트 내 수영장. 각국의 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남자 접영 200m 경기가 펼쳐졌다. 1위 하다르 레빈이 3분 25초 30에 터치패드를 찍은 것을 시작으로 선수들이 줄줄이 역영을 마쳤지만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9번 레인의 제프리 루빈스타인(73·미국)이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물살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25m를 남겨두고 루빈스타인은 제자리에서 자맥질하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자 모든 선수와 관계자들이 달려가 "얄라(히브리어로 '가자')!"를 외치며 힘을 보탰고, 그는 16분 49초 64로 완주에 성공했다. 1위 선수보다 더 큰 박수를 받으며 경기를 마친 그는 "제 인생에서 꼭 출전하고 싶던 마카비아에서 완주를 해내 정말 기쁘다"며 "다음 대회에도 꼭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전세계 유대인의 스포츠 축제
지난 1일부터 이스라엘 전역은 스포츠 열기로 들썩였다. 4년마다 전 세계 유대인들이 각국을 대표해 이스라엘에 모여 각종 스포츠에서 경쟁을 펼치는 유대인들의 올림픽 '마카비아 2026'이 열리면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인을 받은 국제 스포츠 대회로, 통상 하계올림픽 다음 해에 열리기에 원래대로라면 작년에 열려야 했다. 하지만 이란과의 전쟁으로 1년 미뤄지면서 올해 '희망, 그 어느 때보다 더(Hope, more than ever)'를 슬로건으로 열렸다. 2023년 10월 7일 가자 인근의 노바 뮤직 페스티벌 현장을 덮쳤던 하마스의 테러 이후 처음 열리는 마카비아인 만큼, 테러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고 희망을 만들어내자는 메시지였다.

아직 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마카비아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 1만여 명이 70개국 대표로 출전해 육상, 수영, 체스, 축구 등 45개 종목에서 선의의 경쟁을 치렀다. 13일 막을 내린 올해 마카비아에서는 이스라엘이 금메달 710개를 비롯해 총 1,754개 메달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미국(308개), 브라질(112개) 순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마카비아는 1932년 요세프 예쿠티엘리의 주도로 시작됐다. 전 세계 유대인 민족기금이 모이고 IOC와 체육계에 대한 로비가 성과를 거두면서 올해 22회 대회까지 이어졌다. 이스라엘 외교부 관계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이스라엘과의 연결을 통해 여러 세대의 유대인을 하나로 묶는 핵심적인 축제"라고 설명했다.

참가 선수의 폭도 넓다. 최고 수준의 엘리트 선수들이 경쟁하는 '오픈', 만 15세에서 18세 사이의 젊은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주니어', 시니어 세대와 장애를 가진 선수를 위한 '마스터즈'와 '패럴림픽'까지 총 4가지 카테고리로 운영된다. 참가자는 각국 마카비아 위원회의 선발 기준을 거쳐 국가대표팀으로서 출전한다.

마카비아를 통해 참가자들은 "유대인으로서의 소속감을 더욱 강하게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마카비아 기간 동안 주최 측은 스포츠 관련 이벤트로 분위기를 띄우는 한편, 참가자들을 가자 인근 지역, 예루살렘 등 유대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땀 흘리며 팀워크로 종교·인종 벽 넘어
직접 땀을 흘려 몸으로 부딪치는 스포츠는 이스라엘 내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9일 예루살렘의 YMCA 내 농구 코트에서는 유대인 소녀들과 히잡을 쓴 아랍계 소녀들이 팀을 이뤄 농구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유대인, 기독교인, 아랍인, 아르메니아인이 구역을 나눠 각자 쿼터에서 지내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안에서도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역동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도시다. 예루살렘 스포츠청 관계자는 "코트는 평평하고 공은 둥글다. 그 안에서 어떤 종교인지,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예루살렘에서 스포츠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이유이자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경쟁하고 협력하며 땀을 흘리는 경험을 통해 종교, 인종 등 갈등의 불씨는 이스라엘의 역동성으로 바뀐다는 설명이다.

텔아비브 해변에 자리 잡고 있는 페레스 평화 혁신 센터가 유대인과 아랍의 화합을 위해 선택한 수단 역시 스포츠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로 꼽히는 시몬 페레스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20년째 평화 축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 유대인과 아랍계 아이들을 모아 서로의 언어를 배우게 하고, 혼합 팀을 만들어 '평화 리그'에서 경기를 펼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 프로그램이 평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시몬 페레스, 오랜 세월 평화를 위해 헌신해주어 고맙습니다"라고 새긴 축구공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 공은 센터 2층에 마련된 페레스 대통령 집무실을 재현한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이스라엘의 스포츠테크 투자기업 콜로세움 스포츠의 오렌 시마니언 대표는 "이스라엘은 유대인뿐 아니라 유럽, 아랍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멜팅 팟'"이라며 "스포츠는 다양성을 조화롭게 버무리고 끈끈한 유대감을 키우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텔아비브·네타냐·예루살렘=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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