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수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망(바다에 고정한 그물로 잡는 방식) 어선에서 대형 참다랑어가 연달아 혼획되고 있다. 참다랑어는 과거 가까운 바다에서 거의 잡히지 않는 어종이었는데,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동해안 등에서 어획량이 빠르게 늘었다. 동해안 어획량은 2016~2020년 15.7t에서 2021~2025년 252.1t으로 급증했다.
최근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 동해시 묵호항 등에서 하루에만 140㎏이 넘는 참다랑어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위판됐다. 어업인이 참다랑어를 목표로 조업하는 게 아니라 이동 경로에 설치된 그물에 어군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문제는 국내 연간 참다랑어 어획 할당량(쿼터)을 이미 소진했다는 점이다. 올해 강원도 할당량인 449t이 일찌감치 찼다. 449t도 당초 올해 할당량 92t에서 두 차례 추가 배정받은 양이다. 경상북도에 배정된 올해 쿼터량은 520t인데 조업 하루 만에 연간 쿼터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233t이 잡혔다.
참다랑어는 국제기구인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가 한국에 배정한 국가 쿼터 범위 안에서만 잡을 수 있다. 참다랑어 남획을 막기 위한 규제다. 해양수산부가 이 국가 쿼터를 다시 지역별로 배분하고, 어업인은 이 물량 안에서만 어획할 수 있다. 쿼터가 꽉 찬 지금은 참다랑어를 잡아도 위판장에 내다 팔지 못하고 다시 놓아줘야 한다.
대형 참다랑어는 길이가 1.5~2m, 무게도 100~150㎏에 달하기 때문에 잡은 후 놓아주는 과정도 쉽지 않다. 어업인은 칼로 그물을 찢어 참다랑어가 빠져나갈 길을 만든 후 찢어진 그물을 다시 꿰매는 복잡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참다랑어는 그물 안에 오래 몰려 있으면 서로 부딪치고 금방 힘이 빠져 폐사할 수 있다”며 “덩치가 큰 놈은 죽고 나면 배 위로 끌어 올리거나 사체를 처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흔히 잡힌 어종이 아니다 보니 어업인은 참다랑어를 잡고도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다랑어는 어획 직후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방혈과 내장 제거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전문 기술이 없으면 빠른 가공이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특정 시기에 한꺼번에 잡히고 보관도 어렵기 때문에 위판 현장에서 ㎏당 몇백원 수준의 헐값에 처리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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