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한류박람회가 역대 최대 계약 및 업무협약(MOU) 체결 실적을 거두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열린 이번 행사는 올해 4월 이재명 대통령 베트남 순방을 계기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파트너십’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 상담회와 홍보대사 위너·피프티피프티의 공연 등이 열린 베트남 국립컨벤션센터에는 2만여명의 참관객이 몰려 K소비재와 한류 콘텐츠를 직접 만났다.
동남아 대표 한류 국가인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자, 5대 유망 소비재 기준으로 네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1억명이 넘는 인구와 중위연령 33세의 젊은 인구구조, 7~8%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거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현재 베트남 소비 트렌드를 읽는 키워드는 ‘프리미엄화’다. 저가와 할인 중심에서 브랜드, 안전,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소득 증가와 중산층 구매력 확대 속에 가격보다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가’를 따지는 베트남인들이 늘고 있다. 입소스 글로벌 트렌드 조사에서 베트남 소비자 74%가 브랜드 이미지를 구매 기준으로 꼽아 세계 평균(56%)을 크게 웃돌았다.
이런 변화는 ‘건강 소비’와 ‘경험경제 소비’로 이어진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가짜 영양식 분유제조 기업 적발 사건 이후 현지 소비자들은 안전성과 성분을 더욱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못지 않게 저당·저지방·유기농 식품, 친환경 소재 생활용품, 저자극·항노화·비건 화장품 등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하노이 거리를 걷다 보면 현지 사람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베트남에서도 인증사진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소비가 이젠 소유보다 자신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연출하는 가치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장 역시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빵으로 베트남에서 성공한 한 한국 청년 창업가는 “맛은 현지화하되, 매장 분위기와 서비스는 한국에 온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젠 제품 뿐만 아니라 공간과 콘텐츠까지 설계해야 베트남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베트남 소비재 시장에서 ‘한류’는 가격을 앞세운 중국·태국 제품과 맞설 수 있는 우리의 차별화된 자산이다. 베트남의 ‘경험경제 소비’ 속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은 제품 신뢰로 이어지고, 건강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한류 열기를 소비재 수출로 연결하려면 현지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베트남 음식과 여행이 사랑받고 있다. 두 나라가 경제 분야에서도 깊고 단단한 동반자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구본경 KOTRA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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