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역이 된 교육교부금 정률제

입력 2026-07-17 17:29   수정 2026-07-18 00:05

1982년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내국세 정률 연동제를 되살린 이유는 분명했다. 교육인구가 급증하고 그 영역은 넓어지는데 교육 투자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재정을 해마다의 예산 협상에서 보호하고, 의무교육을 완수할 최소한의 재정 기반을 확보하자는 선택이었다. 학령인구가 급증하던 시대, 정률제는 미래세대를 지키는 현명한 방어막이었다.

그러나 44년이 지난 지금, 그 방어막은 오히려 교육재정을 과거에 묶어두는 벽이 됐다. 교부금 총액은 학생 수나 실제 교육 수요가 아니라 내국세의 20.79%에 자동 연동된다. 세수가 크게 늘면 필요와 관계없이 교부금이 불어나고, 세수가 줄면 학교 재정도 함께 출렁인다. 교육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한 정률제가 오히려 세수 변동을 교육 현장에 그대로 전달하는 통로가 된 셈이다. ‘안정’이라는 명분과 실제 작동 방식이 크게 어긋난다.

더욱이 현행 제도는 인구구조와 사회 변화를 외면한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확정됐다. 2030년이면 초·중·고교 학생 수는 현재보다 25% 이상 줄어든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경제성장과 세수 증가에 따라 계속 증가한다. 사회 변화에 따라 영유아 보육·교육, 대학 혁신, AI 인재 양성, 평생학습 등으로 교육의 중심이 옮겨가는데, 현행 제도라면 미래 교육 예산이 초중등에 과도하게 쏠릴 수밖에 없다. 사회는 바뀌는데 돈이 묶여 있다. 그 끝은 비효율과 예산 낭비다.

감사원 감사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이미 수치로 드러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인건비와 시설비를 과다·중복 산정하거나 수입을 누락해 줄일 수 있었던 교부금이 42조6000억원으로, 전체 교부금의 21.8%에 달했다. 이 돈이 모두 실제로 낭비됐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필요를 먼저 따져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자동으로 배분된 뒤 뒤늦게 쓸 곳을 찾는 구조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불필요한 사업을 만들고 이월금과 기금만 쌓는다면, 그것은 교육 투자가 아니라 예산 낭비다.

교육부와 일부 교육계가 정률제 개편을 곧바로 초중등 지원 삭감과 등치시키는 것은 ‘공포 프레임’에 가깝다. 산식을 바꾸는 것과 지원을 삭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정이다. 정률제를 바꾸는 것은 예산을 정하는 방식을 변경하는 일이지, 지원을 줄이겠다는 뜻이 아니다. 학생 1인당 실질 지원을 유지하는 원칙 등을 법에 명시한다면 제도적 안정성은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다.

최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밝힌 개편 취지 역시 삭감이 아니라 구조 전환이다. 즉 초중등 재정은 안정적으로 보장하되, 추가 재원은 그동안 투자가 부족했던 영유아, 고등, 평생교육에 배분하는 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년도 초중등 지원 총액을 기준으로 하되, 물가와 성장률, 학생·학교 수, 지역 격차, 특수교육 수요를 반영하는 유연한 산식으로 바꿔 효율성을 높이고, 교육의 미래를 보호할 수 있다.

미래의 아이들을 지키려면 현 제도에 대한 맹신과 결별해야 한다. ‘20.79%’(내국세에서 교육교부금이 차지하는 비율)는 교육권도 헌법적 가치도 아니다. 특정 시대가 정한 재원 배분 방식일 뿐이다. 지켜야 할 것은 숫자의 기득권이 아니라 출생부터 초중등, 대학과 평생교육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배움의 사다리다. 이제 정률제의 빗장을 깨고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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