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지금까지 헌재의 사전심사를 통과한 13건 중 8건이 심리불속행 관련 사건이었다. ‘1호 본안사건’인 녹십자 입찰 담합 과징금 사건도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행정소송에선 과징금이 유지된 상황에서, 대법원이 별도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최근엔 심리불속행과 항소이유서 ‘지각 제출’이 맞물린 사건도 잇달아 본안 심사에 자주 오르고 있다. 항소이유서를 제출 기한보다 이틀 늦게 냈다는 이유로 항소가 각하되고, 대법원이 이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헌재는 항소이유서 제출 제도 자체의 위헌성도 살펴보고 있다.
사건 유형을 보면 13건 중 민사 재판이 6건으로 가장 많았다. 형사 재판과 행정 재판은 각각 4건, 3건이었다. 최근에는 유사강간 사건 피해자가 피고인의 무죄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재판소원이 사전심사를 통과해 주목받았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올해 하반기 전원재판부에 올린 사건들을 집중 심리해 ‘1호 결론’을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헌재 사무처장 출신인 김정원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는 “재판소원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헌법적 의미가 큰 사건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일광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27기)는 “재판소원은 국가권력 행사의 헌법적 정당성을 심사하는 제도인 만큼 기업 간 일반 민사분쟁보다는 국가기관과 사인 간 사건이 상대적으로 많이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엔 “헌법 소송은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재판소원 도입 이후 헌재 출신 변호사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대형 로펌들의 영입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율촌은 지난달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사법연수원 9기)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신동승 변호사(15기)와 김광재 변호사(34기)를 중심으로 헌법소송팀을 운영 중인 세종은 지난달 헌재 선임헌법연구관 출신 김현영 변호사(35기)를 영입했다. 류지현 전 헌재 선임헌법연구관(35기)은 지난달 화우에 합류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14기)과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10기), 권오곤 전 유고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9기) 등이 참여하는 헌법소송센터를 꾸렸다. 광장의 헌법재판팀은 김정원 변호사(19기)와 정수진 변호사(32기) 등이 주축이다. 30여명 규모인 태평양 ‘BKL 재판소원 태스크포스(TF)’엔 헌재 선임헌법연구관 출신 김경목 변호사(26기)와 차한성 전 대법관(7기) 등이 포진해 있다. 지평과 동인엔 각각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3기),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11기)이 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김정호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앞으로 재판소원 결정례가 축적될수록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전문 분야가 형성될 것”이라며 “재판소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로펌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임민규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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