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전투기를 제작하는 미국 방위산업 회사 크라토스디펜스앤드시큐리티솔루션스의 철학은 ‘저렴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통한 대량 양산’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대표적인 무인전투기 XQ-58A의 지난해 생산대수는 24기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이란 전쟁으로 주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회사는 철학에 맞게 2027년과 2028년 생산량을 각각 지금보다 두 배, 세 배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걱정거리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5월 오클라호마 공장에서 기자와 만나 “자금은 확보할 수 있지만 제조 인력이 없어 목표를 달성할지 우려된다”고 했다.이후 선전은 중국의 제조업 중심지이자 기술의 메카가 됐다. 최근 선전 드론 기업들을 둘러본 한 한국 방산 기업 대표는 “1년에 드론 90만 기를 쏟아내는 자동화 공장 수준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하드리안 등 미국 스타트업은 중국에 맞서 인공지능(AI)을 통한 제조업 부활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제조현장에선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미 방산 회사들이 동맹국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실리콘밸리 대표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의 브라이언 심프 CEO는 지난달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미군 무기를 자국에서만 생산해야 한다’는 규정을 없애 한국 등 동맹국가를 제조공장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방한해 “한국 방산 기업의 제조역량을 우리 AI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방산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드론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면 투자를 받고 양산 체제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한국에선 중소기업 자격을 잃게 된다. “중소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부족해서, 대기업은 시장 진입 자체가 막혀서 미래산업인 드론 시장을 중국에 내어주게 생겼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이 드론용 AI 운영체제(OS)를 개발하고 제조업력이 긴 록히드마틴 등 대기업이 기체를 생산한다. 한국은 반대다. 대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중소기업이 드론을 제조한다. 한국 대표 수출상품인 반도체처럼 드론을 찍어내는 기업을 만들려면 거꾸로 된 지금의 체제를 수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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