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식민지 우려 속 유엔총회 기간 트럼프와 첫 만남
프랑스·카타르 등 해외 에너지기업들도 베네수엘라 투자 및 검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최근 미국과 대규모 석유 개발권 계약을 체결한 베네수엘라가 유럽과 중동에도 '에너지 문호'를 개방하며 글로벌 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정권을 잡은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석유 부문 대외 개방에 앞장서는 한편, 역내 정상들과의 외교적 접촉을 넓히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전날 카라카스의 대통령궁에서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토탈에너지스는 과거 철수했던 베네수엘라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일 토대를 마련했다. 토탈에너지스는 1990년대부터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있었으나, 2021년 현지 정부의 탄소 감축 계획 등을 이유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연초 승인된 탄화수소법 덕분에 베네수엘라가 신규 투자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법적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중동의 에너지 거물인 카타르에너지도 베네수엘라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카타르에너지가 파트너들과 함께 베네수엘라 시장 진출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석유 공룡들은 물론 유럽과 중동의 자본까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문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이 같은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러시는 최근 미국 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투자 재개 흐름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이달 초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매장량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는 협정을 주도하며 석유 공룡들의 대대적인 투자에 디딤돌을 놨다.
앞서 셰브런이 추가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콘티넨털 리소스도 베네수엘라 국영기업 PDVSA와 MOU를 체결하는 등 에너지 부문 재활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적 재건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가 한 세기 전의 이른바 '바나나 공화국'과 유사한 현대판 자원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바나나 공화국이란 국가의 핵심 자원이 외세나 거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좌우되면서 정작 자국민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경제적 과실을 누리지 못하는 왜곡된 경제 구조를 지닌 국가들을 지칭한다.
베네수엘라의 대표적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최근 미국-베네수엘라 석유 개발 협정 체결에 대해 "누군가가 우리의 이름으로, 우리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우리의 자산을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 불안감을 잘 알고 있다"며 "베네수엘라의 지하자원은 불법 정권이 아닌 베네수엘라 국민의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의 비판 속에서도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대외 외교 무대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19일 카라카스에서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양국 관계 복원 및 에너지 문제 등을 논의했다. 페냐 대통령은 역내 대표적인 우파 수반이다.
아울러 내주 초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마두로 축출 이후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양자 회동할 예정이다. 석유 개방 문제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대선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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