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석남동 쿠팡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61시간여 만에 초기 진화됐다. 대규모 소방력이 투입되고 장맛비도 내렸지만 내부에 쌓인 가연물과 복잡한 건물 구조 때문에 진화 작업이 오래 걸렸다는 분석이다. 적재물을 3단으로 높게 쌓아 올린 ‘메자닌(복층) 구조’가 진화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물류업계에서는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당국은 앞서 화재가 발생한 지 약 여덟 시간 뒤 인근 8개 시도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렸다. 사흘간 소방관, 경찰관 등 845명과 장비 239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당국은 애초 19일 오후 11시께 큰 불길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초진까지는 하루 가까이 더 걸렸다. 물류센터 내부 구조가 복잡한 데다 불에 타기 쉬운 물품이 대량으로 쌓여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20일 새벽부터 내린 비도 화재 지점에 직접 닿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물류센터 6층 바닥 면적은 2만8329㎡로 축구장의 네 배에 달한다. 층고도 높아 외부에서 뿌리는 소화 용수가 건물 안쪽까지 제대로 닿지 않았다.
소방 인력은 물류센터 내부의 짙은 연기와 고열로 불이 난 6~7층에 쉽게 진입하지 못했다. 불길이 6~7층을 넘어 5층 등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면서 열화상 드론으로 건물 내부의 열 축적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연소가 심한 구역에 소방력을 집중 투입했다. 5층에 있는 리튬배터리는 전기차 20대 분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와 안전 점검을 마치고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정확한 발화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선반마다 종이상자와 플라스틱 포장재 등 불에 타기 쉬운 물품이 빈틈없이 쌓여 있어 한 번 불이 붙으면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천장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해도 복층 선반과 그 안에 가득 찬 적재물이 지붕처럼 물을 가로막아 초기 진화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메자닌 구조는 화재에 취약하고 초기 진화가 어려운 구조인데도 쿠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를 적극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물류업계에서는 반론을 제기했다. 메자닌은 아마존 등 글로벌 물류기업도 적극 활용하는 일반적인 구조인 만큼 이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마녀사냥’식으로 메자닌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등 국내 다른 업체도 물류센터 일부 공간을 메자닌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쿠팡은 정부의 유권해석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사용 승인을 받아 적법하게 메자닌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자닌 각 층과 칸마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강화된 소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업계도 공감하고 있다. 정부는 선반 높이 3m마다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하도록 하는 강화된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을 202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불이 난 물류센터는 2020년 건축허가를 받아 적용 대상이 아니다. 물류센터가 있는 인천 서해구는 건물 붕괴 위험 등을 고려해 전날 물류센터 반경 116m에 내린 주민 대피령을 이날 오후 11시를 기해 해제했다. 앞서 현장 인근 어린이집 31곳과 초등학교에는 이날 하루 휴원·휴교가 권고됐으며 신현초와 신현북초는 이재민 임시주거시설로 운영됐다.
오형주/진영기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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