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젊은 사람이 빵집 한다카더마는 장사가 영 시원찮아 딴 데로 이사 간다카데."</i>
경북 상주시 중앙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임대 문의'가 붙은 점포를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 장날이면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는 시장은 곳곳에 셔터가 내려가 있었습니다.
젊은 기자가 시장 안을 지나가자 어르신들이 신기한 듯 쳐다봤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젊은 사람이 정말 귀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상주는 한때 경북 내륙의 행정·교통·상업 중심지였습니다. 1960년대 중반에는 인구가 26만명 안팎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10만명 선이 무너진 데 이어 2025년 말에는 8만명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상주는 '피겨퀸' 김연아의 남편, 포레스텔라 고우림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경상북도의 '상'이 상주에서 왔다는 역사적 상징까지 감안하면, 이 도시의 현재는 더 낯설게 다가옵니다.
◇ 부동산에도 '임대'
상주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임대'라고 써 붙인 부동산과 빈 점포가 띄엄띄엄 보였고 거리에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앙시장 내 한 이발소 안 의자는 하루종일 손님을 기다리는 듯 비어 있었습니다.상인들은 과거를 더 또렷하게 기억했습니다. 한 상인은 "이제 죽은 친구들도 많다"며 "젊은 사람들이 와서 돈이 벌리길 하나, 놀 게 있나. 나도 돈 벌려고 나온다기보다는 운동 삼아 나온다는 의미가 크다"고 했습니다.


시장 한편에는 청년 창업의 흔적도 남아 있었습니다. 상주시는 중앙시장 빈 점포 등을 활용해 청년상인 창업을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하나둘 문을 닫아가고 있습니다.
인근 인력사무소도 최근 폐업했습니다. 한때는 농번기나 공사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수요가 있었고 외국인 노동자를 찾는 곳도 있었지만, 이제 그마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입니다.
◇ 매년 소멸 위험 1위 시
상주의 소멸 위기는 각종 통계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한국고용정보원 원자료에 따르면 상주시의 지방소멸위험지수(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는 2015년 30.71에서 2025년 15.65로 10년 만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2023년부터 '소멸 고위험'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지수가 낮을수록 소멸 위험이 큰 것으로 해석하는 이 지표에서 상주시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줄곧 전국 78개 시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2024년 상주시에서는 273명이 태어나는 동안 1399명이 숨졌습니다. 사망자가 출생아의 5배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입니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격차는 더 벌어졌을 우려가 큽니다.

상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상주시 고령인구 비율은 38%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국 평균(21.2%)와 대구 평균(27.5%)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학교 감소도 같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상주 지역 초등학교는 1980년대 중반 55개였지만 이젠 27개로 반토막 났습니다.
농업과 내륙 교통, 상업을 바탕으로 번성했던 상주는 산업화 이후 성장축이 대구·구미·포항 등 제조업 도시로 옮겨가면서 서서히 힘을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 일자리는 없고 지원정책은 쏟아지고

상주시 홈페이지에는 지원성 정책이 빼곡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정책의 숫자만 보면 상주시는 손을 놓고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책의 개수가 아니라 도시의 방향입니다. 청년에게 줄 수 있는 일자리와 생활 기반이 충분한지입니다.
상주시가 공개한 민간·공공 일자리 공고를 보면 공공 분야는 상당수가 기간제 일자리입니다. 민간 일자리도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등 고령층 돌봄과 복지 수요에 맞물린 직종이 눈에 띕니다. 일할 곳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청년이 경력을 쌓고 가정을 꾸리며 오래 머물 만한 일자리가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상주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사회조사에서 일자리가 충분하다는 응답은 11.2%에 그쳤습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곽 지역에서는 정규적으로 고용할 기업이나 회사가 거의 없다"며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으니 자꾸 도시로 가버리고 연세 드신 분들은 계속 머무르니, 농촌·시골 지역의 고령화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 상주의 반전 카드는
상주시도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 등을 확보해 청년 주거, 지역활력타운, 보육·교육, 외국인 정착, 빈 점포 창업지원 같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상주시 관계자는 "청년내일플러스센터를 올해 3월 준공했다"며 "그곳을 거점으로 청년 창업, 외식사업, 외식 교육을 추진하고 먹거리센터를 조성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상주는 감과 곶감의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년 전 기안84가 유튜브에서 이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시는 이를 캐릭터로 활용할 만큼 지역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외지인에게 강하게 각인될 관련 대표 축제나 핵심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또 시민 행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내건 국제슬로시티 인증 도시이지만, 도시의 방향성과 매력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발전시켰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개별 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리브랜딩'(도시 정체성 재정립)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충주맨을 앞세워 도시 이미지를 바꾼 충주시처럼 젊은 공무원이나 지역 인플루언서에게 과감하게 홍보를 맡기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젊은 사람들이 와서 우리 고향이 좀 북적북적했으면 좋겠어." 상주시에서 만났던 한 어르신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쇠퇴의 그림자가 드리운 상주가 슬로건처럼 '행복상주'로 거듭나길 빕니다.

신현보/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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